프로젝트 엔젤 16화 - 다짐
미카엘은 후보생들의 당황한 모습이 즐거운 듯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매주 한번씩, 총 일곱 번의 테스트가 있습니다. 모든 테스트에서 탈락하지 않고 최종 테스트까지 통과하면 신입 천사로 임명받게 되죠. 아마 역사상 처음으로 천사를 직업으로 삼게 되는 사람이 되겠지요. 어쩌면 이 세상에서 가장 희귀한 타이틀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명함은 저도 없으니까요.”
킥킥거리고 웃는 미카엘과 달리 카무엘은 불편함이 섞인 헛기침을 했다.
화면이 바뀌고 후보생 숙지 사항이 나타났다.
“후보생이 지켜야 할 숙지 사항입니다. 조금 많죠?”
미카엘의 말대로 열 가지의 숙지 사항이 빽빽하게 적혀있었다.
“자, 어차피 자세히 설명할 시간이 있을 테니 지금은 간단히 읽어드리기만 하죠.”
***
오후 3시, 후보생들은 커다란 캐리어를 하나씩 끌고 엔젤스 트윈 밸리를 나왔다. 희노애락이 뒤섞인 표정들은 그들의 복잡한 머릿속을 대변하고 있었다.
진우와 선수, 가영, 그리고 희연도 마찬가지였다.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침묵으로 일관하던 그들은 빌딩을 나서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
“거 참, 더럽게 까다로운 게 군대보다 더 하네.”
선수가 천사들로부터 받은 팸플릿을 팔랑팔랑 흔들자 진우가 대꾸했다.
“무슨 상관이야? 넌 천사가 될 생각도 없잖아.”
진우의 쌀쌀맞은 말에 선수가 고개를 까닥이며 대답했다.
“가질 수도 있지.”
“그럼 지금 직장은 어떻게 하려고?”
반대편에서 가영이 물었다. 두 친구가 양쪽에서 쪼아대자 걸음을 멈췄다.
“…기다려봐! 생각 중이잖아.”
고민에 빠진 선수를 보며 진우가 이죽거렸다.
“나한테는 이래라저래라 잔소리하던 녀석이 이젠 딴 생각을 먹었나보네.”
진우가 실실 웃자 가영이 옆구리를 찔렀다. 진우가 남자 친구 편을 드는 가영에게 물었다.
“넌 어떻게 할 생각이야?”
“나?”
편안해보이던 가영도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듯 입술을 깨물었다. 섣불리 대답을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모르겠어. 이것 때문에 지금하고 있는 일을 그만둘 수는 없으니까.”
“그래. 생각해볼 것도 없어. 고민할 이유도 없다고.”
선수가 단호하게 외쳤다. 그리곤 조금 전까지 있었던 기이한 경험을 없었던 일로 하려는 것처럼 양 손을 미친 듯이 흔들었다.
“너희가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어. 난 도전 해 볼 거야. 어쩌면 새로운 인생을 살 수 있는 기회가 될지도 모르니까.”
하늘을 올려보며 진우가 말했다.
“진심이야?”
“응.”
진우가 마냥 행복한 미소를 띄우며 폴짝 뛰었다. 가영이 그 모습을 흐뭇하게 보며 등을 떠밀어주었다.
“그래, 잘해봐! 응원 해줄 테니까!”
채명룡 / 2018.11.07 17:4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