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장의 모두가 가영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움직이지 않았다. 기계를 점검했던 천사가 고장난 장난감처럼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카무엘의 눈치를 보던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합격입니다.”
얼떨떨한 얼굴으로 일어난 가영은 조용히 선수에게 다가와 그의 손을 잡았다. 그녀의 손은 땀으로 흠뻑 젖어있었다.
가영을 쫓아간 카무엘의 시선은 그대로 한참이나 머물러있었다. 그는 굳게 다문 입을 꿈틀거렸지만 한 마디도 내뱉지 않았다. 있을 수 없는 일. 카무엘은 혼자만의 쓴 말을 애써 삼켰다. 그리고 심호흡을 한 뒤 진행을 계속했다.
“첫 번째 체력 테스트 합격자 일곱 명에 한해 두 번째 테스트를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카무엘의 말과 함께 팔씨름 기계가 원탁에서 물러나고 다음 테스트가 준비되었다. 일곱 명의 응시생들이 원을 그리고 앉자 천사들이 뚜껑 덮인 트레이를 각자의 앞에 내려놓았다. 뚜껑을 열자 시험 과제가 모습을 드러냈다. 트레이 위에는 칸이 그려진 종이와 펜 한 자루, 그리고 소주 잔 크기의 작은 컵 7개가 놓여 있었다.
“어머! 예쁜 것 좀 봐!”
투명한 잔을 채운 각양각색의 액체를 보며 가영이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다. 마치 동그란 무지개처럼 7가지 잔은 빨강, 주홍, 노랑, 초록, 파랑, 남, 보라색의 액체가 담겨 있었다.
“두 번째 테스트는 미각 테스트입니다. 준비된 음료를 맛보고 각각에서 어떤 맛이 나는지 느껴지는 대로 답안지에 적어 제출하면 됩니다. 시간은 3분. 그럼 시작합니다.”
카무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응시생들은 컵을 집었다. 손을 돌려 냄새를 맡거나 혀를 살짝 집어넣어 맛을 보는 등 각자의 방법대로 시험에 집중했다.
진우는 붉은색 액체를 먼저 집었다. 홍차처럼 투명하고 맑은 색이었다. 침착하게 숨을 내쉬고 반 정도 되는 양을 입 안에 머금었다. 눈을 감고 온 감각을 입 안으로 집중했다. TV에 나오는 미식가처럼 맛의 분자 구조를 나열하고 그 안에서 이야기를 찾아 멋들어진 표현을 하고 싶었다.
단맛이 났다. 초콜릿보다 부드럽고 홍시보다 진한 감미가 느껴졌다. 미뢰가 녹아버린 것처럼 입 안이 넘치도록 침이 흘러나왔다. 액체를 목구멍으로 흘려보냈지만 혀에는 여전히 짜릿한 달콤함이 남아 있었다.
“호와아아.”
황홀했다. 자연스레 터지는 감탄사를 뱉으며 진우는 몸을 늘어뜨렸다. 주변을 힐긋 보니 선수를 비롯한 몇몇이 비슷한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진우는 답안지의 빨간색 칸에 [몸이 녹을 것 같은 단맛]이라고 적었다. 그리곤 곧장 주황색을 들었다.
채명룡 / 2018.10.18 18:4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