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후 처음 들어갔던 열 명이 나왔다. 쳐진 어깨와 표정을 보니 결과를 기대하고 있는 사람은 없어 보였다. 무덤덤하니 한 숨을 내쉬는 이도 있었고, 허탈함에 젖은 미소를 품은 이도 있었다. 강한 아쉬움이 남았는지 쉽게 돌아가는 발길을 떼지 못하는 이도 있었다.
첫 응시생들은 수많은 시선을 받으며 돌아갔다.
그 다음 열 명이 들어가고 대기실은 다시 조용해졌다.
“야. 나선수.”
퇴장하는 응시생들을 지켜보던 진우가 입을 열었다.
“왜?”
아직 심통이 난 선수는 진우를 보지 않고 대답했다. 딱히 기대하고 있지 않았던 진수가 비꼬듯 물었다.
“넌 왜 남아있냐? 가영이야 귀가 얇으니 그러려니 하는데, 내가 시험보는 걸 그렇게 반대하던 놈이 왜 안가고 있어?”
“모르겠다.”
떨떠름한 표정의 선수를 보며 진우가 징글맞게 웃었다.
“새끼, 모른 척 하긴. 천사가 되고 싶은 거지?”
“웃겨. 내가 뭐가 부족해서…….”
애꿎은 바닥을 짓이기며 선수가 목소리를 깔았다. 그러나 끝까지 웃음을 참지는 못했다. 터져 나오는 즐거움을 헛기침으로 지우며 말꼬리를 흘려보냈다.
“그냥 어떤 시험인지 궁금해서 남아있는 것뿐이야.”
선수의 어린애 같은 자존심 세우기에 진우와 가영은 웃고 말았다.
***
앞선 응시생들의 시험이 모두 끝나고 마지막 조의 차례가 왔다. 진우와 선수, 가영과 희연을 포함해 열 한 명이 시험장으로 들어갔다.
어둡고 두꺼운 커튼을 젖히자 가려져 있던 시험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시험장의 크기는 대기실의 반 정도 되었다. 안쪽에는 카무엘과 이하 천사들이 근엄하게 서 있었다. 천사들 앞에는 커다란 원탁과 빙 둘러 선 의자가 놓여있었고, 원탁 위에는 오락실에서나 볼 수 있던 팔씨름 기계가 놓여 있었다.
“체력 테스트라더니…….”
진우 뿐 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허탈한 표정으로 팔씨름 기계를 바라보았다. 악마의 모습을 한 플라스틱 덩어리가 덤벼보라는 듯 팔씨름 준비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누렇게 뜬 피부색에 삐쩍 마른 악마의 모습은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허약해 보였다.
카무엘이 설명을 시작했다.
“첫 번째 체력 테스트는 팔씨름입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기계와 팔씨름을 해서 이기면 합격입니다. 영혼의 강함을 측정하는 것이 이번 체력 테스트의 목적입니다. 마음 단단히 먹기 바랍니다.”
응시생들을 둘러보며 카무엘이 슬쩍 이빨을 드러냈다. 비웃음에 가까운 미소였다. 어디 넘길 수 있으면 넘겨봐라는 듯, 그가 응시생들을 노려보았다.
“순서대로 진행하도록 하도록 하겠습니다.”
첫 번째 도전자는 비쩍 마른 남자였다. 그가 쭈뼛거리자 기계 앞에 대기하고 있던 천사가 말했다.
“기계의 손을 잡아주세요.”
남자는 엉거주춤한 자세로 기계의 손을 맞잡았다.
“시작……합니까?”
남자가 물었다. 천사가 고개를 끄덕이자 남자가 팔에 힘을 주었다. 끙 하는 소리와 함께 남자의 몸이 기울었다. 그러나 팔씨름 기계는 쉽게 지지 않았다. 남자는 다시 자세를 잡고 더욱 강하게 힘을 주었다. 그럼에도 기계는 얄밉게 웃을 뿐 움직일 생각은 없어보였다.
채명룡 / 2018.09.18 20:26: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