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카엘의 말이 떨어지자 기다렸다는 듯 뒤에 서 있던 직원들이 앞으로 나왔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가운데 선 남자였다. 2미터에 가까운 키와 강인한 인상은 군대를 이끄는 장군을 보는 것 같았다. 그의 압도적인 풍채 때문에 미카엘이 한층 더 작아보였다.
“이분들이 시험을 진행하는데 있어 도움을 줄 교관인 천사들입니다.”
미카엘의 소개와 함께 천사들의 인사가 이어졌다. 대부분 아르엘처럼 가볍게 손을 흔들거나 고개를 끄덕이며 박수에 화답했지만 단 한 사람, 산드미엘은 모델처럼 빙글빙글 돌며 화려하게 첫인사를 장식했다.
천사들의 인사가 끝나자 미카엘이 다시 입을 열었다.
“후보생이 되기 위해 거쳐야 할 시험은 체력 테스트와 미각 테스트, 총 2가지입니다. 2가지 모두 통과하신 분만이 후보생이 될 수 있습니다.”
“미각테스트?”
진우가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인스턴트 음식에 찌들고 애들 입맛이라는 말을 들어온 탓에 무의식적으로 발끈해버린 것이었다. 진우의 생각을 읽었는지 선수가 킥킥대며 진우의 어깨를 두드렸다.
“너 큰일 났다. 어쩌냐?”
“설마하니 평범한 미각 테스트일까? 분명 뭔가 있겠지.”
이미 시험보드에 들어간 가영이 대신 대답했다.
미카엘의 설명이 이어졌다.
“혹시나 해서 말씀드리지만, 후보생 시험에서 탈락하더라도 절대로 실망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이 시험은 인격적인 척도나 됨됨이를 파악하는 것이 아니에요. 천사가 될 만한 잠재력을 확인하는 것뿐이라는 걸 알아두세요. 천사 후보생이 되지 못한 분들이 악한 것은 아닙니다. 그럼 여러분 모두, 행운을 빕니다.”
미카엘은 발치에 잠든 고양이를 안아 들고 뒤쪽의 문으로 들어갔다.
문이 닫히자 공기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그러나 천사들은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 천사들 중 가운데 선 덩치 큰 남자가 한 발 앞으로 나왔다. 그는 갑자기 기분이 나빠진 것처럼 무겁게 분위기를 잡았다.
“주품천사 카무엘입니다. 천사 후보생 선발 시험의 진행을 맡고 있습니다. 시험에 참여할 생각이라면 제 지시에 잘 따라주기 바랍니다.”
귀엽고 작달만한 미카엘과 달리 카무엘에게서는 진짜 천사같은 위엄이 뿜어져 나왔다. 납덩이처럼 묵직한 목소리가 넓은 강당에 울렸다.
“시험은 바로 옆 사무실에 준비되어 있습니다. 입장하실 때 받은 번호표 순서대로 열 분씩 들어가시기 바랍니다.”
카무엘이 손가락으로 지시를 내리자 다섯 제외한 천사들이 좌측 시험장으로 들어갔다. 다섯 명의 천사들은 대기실에 남아 사람들의 안내를 맡았다. 응시자 열 명이 시험장으로 들어가고, 나머지는 대기실에 남았다.
채명룡 / 2018.09.06 17:0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