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 상담소> 가장으로 산다는 것
언제부터인가 자주 찾아온 위경련으로 바닥을 뒹굴면서도 일만 했습니다. 나중에야 담석으로 인한 것임을 알고 담낭 제거 수술을 했을 때에도 병원의 권고와 상관없이 이틀 만에 퇴원했습니다. 아내와 딸을 부양해야 하는 무거운 책임감 때문이었습니다.
"집사람이 저한테 재미없는 사람이라고 하대요. 음악도 안 듣고 연극도 안 보고 책도 안 읽는 사람이라고요."
언젠가 카페를 찾은 철우 씨가 한숨과 함께 한 말입니다.
"그럴만한 마음의 여유가 없었어요. 어렸을 땐 혼자 살아내느라 그랬고 결혼해서는 처자식 먹여 살리느라 다른 것에 신경 쓸 새가 없었죠."
철우 씨라고 해서 음악 듣고 책 읽는 일이 싫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어느 날 우연히 들은 음악에 마음을 온통 뺏긴 적도 있었습니다. 회사 동료에게 선물 받은 책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던 때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철우 씨는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문화생활이 가족을 먹여 살리는 것에 방해가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였습니다.
적어도 딸아이가 대학을 마칠 때까지는 돈 버는 일에만 집중해야 한다는 막연한 책임감을 떨쳐내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애써온 것이 가족과는 다른 취향의 사람으로 간주될 줄은 몰랐습니다.
며칠 전에 회사 동료들과 갔었던 음악 감상 카페가 생각났습니다. 음악이 듣고 싶으면 언제든 연락을 달라던 카페 주인의 말이 생각났습니다. 하지만 시각이 새벽임을 알고는 피식 웃음이 났습니다. 그러면서도 '언제든'이라는 말에 마음을 멈춰세웁니다.
- 사장님, 지금 카페 문 안 열었죠?ㅋㅋ
메시지를 보내면서도 웃음이 납니다. 답을 기대하고 보낸 메시지가 아니었습니다. 그렇게라도 울적한 마음을 달래고 싶었을 뿐입니다.
- ㅎㅎㅎ 안타깝게도 지금은 그렇습니다. 어찌 이 시간에 안 주무시고요? 주말인데 서울 안 가셨어요?
철우 씨는 깜짝 놀랍니다. 몇 분 만에 카페 주인으로부터 답장이 온 겁니다. 더욱이 딱 한 번 갔을 뿐인데 자신의 존재를 명확하게 기억해준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집니다.
- 몸살이 심해서 못 갔습니다.
- 저런...ㅠㅠ 병원엔 다녀오셨고요? 식사는 제대로 챙겨드셨나 모르겠네요. 사모님도 내려오시지 못할 상황이었나 봐요.(계속)
이현웅 / 2019.12.04 16:53: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