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11층 천사들의 휴게실.
식사를 마친 권품천사들은 가볍게 와인을 마시며 휴식을 취했다. 둥근 테이블에 둘러앉은 천사들은 오전에 있었던 2번째 시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늘 결과는 꽤나 의외였지 않아? 못해도 두 세 명은 떨어질 줄 알았는데. 사실 더 재미있는 장면을 기대했는데.”
산드미엘은 재미없는 영화를 본 것처럼 실망스러운 눈치였다.
“그래? 난 오히려 놀랐는데. 솔직히 어려운 시험은 아니었잖아. 도망간 애도 정신만 바짝 차렸으면 떨어지지 않았을걸.”
아르엘이 시큰둥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불공평한 시험이었지. 막 뛰기 시작한 아이랑, 백발의 할아버지랑 같이 달리라는 게 공평해하지는 안잖아”
멜라헬의 불퉁거림에 아르엘이 말을 이었다.
“모두에게 공평할 수는 없어, 그럴 필요도 없고. 우리랑 같이 일할 동료를 찾는 일인데, 뽑아놓은 신입의 실력이 부족하다면 손해 보는 건 우리 쪽이야. 우리가 관대하게 대할 여유는 없어.”
“아르엘의 말이 맞아. 우리는 시험관이야. 후보생들을 동정할 필요는 없지.”
산드미엘이 한 마디 거들었다. 자신의 생각이 정면으로 부정 당하자 멜라헬의 얼굴이 벌겋게 타올랐다. 그녀는 잠자코 있는 가엘이 도와주길 기대했다.
“넌 어떻게 생각해?”
그렇지 않아도 톤이 높은 멜라헬의 목소리가 찌르듯이 쏘았다. 그럼에도 가엘은 거북이처럼 눈만 깜박일 뿐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가엘은 우리 얘기에 관심 없어. 허구한 날 전투만 하던 녀석이 이런 게 재미있겠어? 달리기야 애들 장난이지.”
산드미엘이 가엘 대신 대답했다. 가면으로 가려진 가엘의 입은 침묵을 유지했다. 기분이 틀어진 멜라헬은 아르엘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어색해진 분위기를 혐오하는 산드미엘이 나섰다.
“그럼 우리 내기할까? 누가 마지막까지 남을지, 어때? 가엘, 너도 하는 거다?”
가엘의 딱딱한 끄덕임에 산드미엘의 시선이 아르엘에게 향했다.
“그래, 좋아.”
그녀가 대답하자 곧바로 멜라헬이 끼어들었다.
“나도 해!”
“각자 다른 후보생 한 명을 선택하는 거야. 그 후보생이 정식 천사가 되면 이기는 거지. 그래서 이기면……, 뭐가 좋을까?”
말을 끄는 산드미엘의 시선이 세 명의 천사를 차례로 지나갔다. 넷 모두를 만족시킬만한 보상이 쉽사리 떠오르지 않았다. 커피 광고를 찍듯 분위기를 잡고 있던 가엘이 입을 열었다.
“서로 날개 깃털 하나 씩을 걸기로 하지.”
“날개 깃털?”
가엘의 제안에 아르엘이 되물었다. 그녀의 낯에서 내키지 않음이 드러났다. 그것을 알아챘는지 멜라헬이 강하게 나섰다.
“좋아! 하겠어!”
“…정말?”
산드미엘의 동공이 커졌다. 예상치 못한 긴장감이 천사들 사이를 감돌았다.
“그럼 문제는 누가 누구를 선택하냐인데….”
산드미엘이 천사들의 눈치를 살피며 물었다.
“누구부터 선택할까?”
임규현 / 2019.10.23 15:1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