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먼저 결승점에 도착한 것은 선수였다. 지식이 그 뒤를 이었고, 아주 미세한 차이로 민주가 도착했다. 나머지 후보생들도 차례차례 결승점을 통과했다.
도착점을 지난 진우들은 넘어지듯 주저앉았다. 분명 몇 걸음 걸어온 것 같지 않았음에도 이상하게 피로가 몰려왔다. 마치 3인 분의 힘을 써 버린 것처럼. 성취감에 젖은 진우들은 서로 손을 잡았다.
“고생했다.”
선수가 다가와 진우를 일으켰다. 과거는 과거끼리, 현재는 현재와, 미래는 미래와 함께 우정을 과시했다.
“가영이는?”
진우의 물음에 선수가 반대편의 대기실을 가리키며 대답했다.
“…아직 안 나왔어.”
“시간은?”
“이제 1분도 안 남았어.”
선수의 얼굴에 초조함이 드러났다.
“늦진 않을 거야. 걔가 어떤 애냐?”
진우가 그를 안심시켰다.
“알고 있어.”
선수는 가영의 대기실에 눈을 떼지 않았다.
가영이 대기실을 나왔다. 줄줄이 나온 세 사람은 놀랍도록 차분해 보였다. 불협화음을 일으켰던 과거와 현실, 미래는 하나가 된 듯 편안한 표정이었다.
“늦지 않았어.”
세 사람은 초조해하지 않고 서로의 다리를 묶었다. 그리곤 곧장 일어나 가볍게 몸을 풀었다.
“이제 와서 탈락하면 섭섭하지. 가자!”
미래의 가영이 기합을 넣었다.
“날 위해서 뛰는 거야. 다른 사람이 아니라.”
현재의 가영이 스스로를 다독였다.
“그래, 너와 날 위해서.”
“아니지, 우리를 위해서.”
편해진 가영들이 결승점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
“모든 후보생 여러분, 수고하셨습니다. 11명의 후보생이 2차 시험에 합격했습니다.”
결승점에서 기다리고 있던 우시라엘이 합격한 후보생들을 치하했다. 그제야 긴장이 풀린 후보생들은 파트너들과 환호하고 포옹했다.
진우와 선수, 가영은 과거의 자신들을 보며 학창 시절의 추억을 떠올렸다.
“넌 정말 용 됐구나.”
현재의 진우가 교복을 입은 가영을 보며 놀려냈다.
“사돈 남 말하네. 넌 양심도 없냐?”
가영이 교복 입은 진우를 가리키며 받아쳤다.
“얘기 꺼내봤자 서로 얼굴에 침 뱉기야.”
“네가 제일 심해!”
진우와 가영이 합심해 선수를 몰아세웠다. 공부밖에 몰랐던 과거의 선수는 지금과는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고지식한 인간이었다.
“나는 숨기고 있었던 거지.”
선수는 능글맞게 웃으며 대답했다.
***
과거와 미래의 자신과 작별 인사를 해야 할 시간이 왔다. 각 후보생들은 대기실 앞에서 파트너들과 마지막 악수를 나누었다.
미래의 진우가 현재의 손을 두 손으로 꼭 잡았다.
“난 네 미래 중 하나의 모습일거야. 네가 만나게 될 미래의 모습과는 다르겠지.”
“알아. 다들 같은 생각을 했을거야. 고마워.”
“힘내.”
미래의 진우는 어깨를 툭 치고 대기실 안으로 들어갔다. 과거의 진우는 조금 부끄러운 듯 쭈뼛거렸다.
“왜 천사가 되려고 생각한 거야?”
“…그냥 궁금했어.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싶은 일이 뭔지 아직 모르거든. 어쩌면 천사가 내게 딱 맞는 일일 수도 있잖아.”
“그렇다면 응원해 줄게.”
과거가 웃음으로 대답했다. 대기실로 들어가는 과거에게 진우가 말을 덧붙였다.
“여자 친구랑 헤어져도 너무 슬퍼하지 마라.”
현재와 미래가 킥킥거렸다. 둘은 대기실 안으로 들어갔고 현재는 다시 혼자가 되었다.
임규현 / 2019.10.16 10:4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