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보다 몇 배 어려운 것이 가게를 제대로 운영하는 일입니다."
타구치 마모루의 말이다. 누구나 할 수 있는 평범한 말이지만 내게는 비장함마저 불러일으킨 말이었다.
나는 한 그루의 나무를 튼실하게 키울 생각에 설레는 날들을 보냈다. 여전히 손님이 없었지만 이전보다는 다른 생각으로 견뎌낼 수 있었다. 다른 카페와는 상관없이 나만의 철학과 소신, 경영 방침을 확고하게 고수하기로 했다.
그 무렵 윤종신의 <지친 하루>를 들었다. 노랫말이 좋았다. 내가 택한 길에서 포기하지 않고 나만의 길을 걷는 주도성과 신념을 지닌 사람이 되고 싶었다.
요즘에도 그 길을 걸으면서 지칠 때가 있다. 음악이야기 나무를 2년 4개월째 키우고 있는데 불어오는 바람에 줄기가 상하기도 하고 나뭇잎이 떨어지기도 한다. 열매는 해걸이 하듯 들쑥날쑥하다. 아직은 4~5년이 되지 않아서일 것이다. 100년 중에 이제 2년이다.
오늘은 왔다가 그냥 간 손님이 더 많은 날이다. 한 팀은 소주를 찾았다. 국산 맥주 없냐는 익숙한 레퍼토리를 던지고 나간 커플. 어느 팀은 메뉴판에서 숨은 그림을 찾듯 멤버들 전원이 메뉴판을 계속 앞뒤로 돌려보더니 하나 둘 일어나 고개를 숙이거나 돌리고는 서로 앞 다퉈 나가느라 스텝이 엉키기도 했다.
고마운 사람들이다. 직원 하나는 흐트러진 테이블과 의자를 정리하면서 70년대 후반에 히트했던 <왔다가 그냥 갑니다>를 뽕필 나게 부른다. 음치다. 웃음이 터진다.
나는 윤종신의 <지친 하루>를 듣는다. 김필과 곽진언의 앙상블이 괜찮다. 전반부의 우울함보다 중반부의 신념을 외치는 노랫말이 좋다. 혼자 떠난 길에서 동무가 되어주는 노래 중 한 곡이다.
"거기까지라고 누군가 툭 한마디 던지면
그렇지 하고 포기할 것 같아
잘한 거라 토닥이면 왈칵 눈물이 날 것만 같아
발걸음은 잠시 쉬고 싶은 걸
하지만 그럴 수 없어 하나뿐인 걸
지금까지 내 꿈은
오늘 이 기분 때문에 모든 걸 되돌릴 수 없어
비교하지 마 상관하지 마. 누가 그게 옳은 길이래
옳은 길 따위는 없는 걸 내가 택한 이곳이 나의 길"(끝)
이현웅 / 2019.09.26 09:3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