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우의 대기실은 진정을 되찾았다. 하지만 대화를 트기 시작한 그들은 정작 중요한 일을 잊고 서로의 호구 조사에 들어갔다. 준비되어있는 과자와 음료수까지 먹어가며 이야기는 점점 더 깊어졌다.
“지금 아직 대학생인가?”
“대학은 졸업했고, 얼마 전까지 공무원 시험 준비 중이었지.”
“공무원 시험? 왜 그런 걸 했어?”
“그럼 뭘 해야 했는데? 딱히 떠오르는 거라도 있어?”
“난 당연히 취업할 줄 알았지. 공무원 시험은 상상도 안했는데. 좀 더 활동적인 일이 재미있잖아.”
어린 진우가 중얼거렸다. 과거와 현재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미래로 향했다. 잠자코 듣고 있던 미래의 진우가 집었던 과자를 입에 넣으며 말했다.
“난 공무원 아니야.”
“뭐라고?!”
심장이 떨어진 현재의 진우가 소리쳤다. 그는 바들바들 떨리는 손을 간신히 진정시켰다.
“그럼 결국 공무원 도전이 실패한 거야?”
“……그런 것 같아?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봐. 어떤 것 같냐?”
미래가 과거에게 물었다. 현재의 진우와 과거의 진우가 눈빛을 주고받았다. 답은 어렵지 않았다. 자신에 대한 솔직함이 두려웠을 뿐이었다. 현재의 진우가 한숨을 쉬며 물었다.
“언제 그만 둔거야?”
“2년쯤 했는데 더 이상 희망이 보이지 않더라. 그래서 더 늦기 전에 다른 일을 찾았어.”
“지금 하는 일은 뭔데?”
과거의 진우가 끼어들었다. 그의 눈빛에는 일말의 빛이라도 찾고 싶은 열망이 가득했다.
“……정말 듣고 싶어? 안 듣는 편이 좋을 텐데. 나도 좋아서 하는 일은 아니니까.”
자신이 자신에게, 서로가 서로에게 실망해버린 이상한 상황에 봉착하자 분위기가 바닥까지 가라앉았다.
“우린 뭐가 문제일까?”
현재의 진우가 중얼거렸다.
“네 탓이야.”
미래의 진우가 대답했다.
“내 탓이라면 네 탓도 되고, 네 탓도 되는 거야. 누워서 침뱉기지.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고 있는 거야?”
“난 피해자일 뿐이야!”
“가해자겠지!”
진우가 진우와 진우를 상대로 화를 냈다. 말싸움이 격하게 일어나며 삿대질이 시작됐다. 곧 몸싸움으로 번졌고 부실한 대기실이 무너질 것처럼 흔들렸다. 그 사이 시간은 하염없이 흘렀다.
임규현 / 2019.08.20 15:09: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