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생들의 시선이 성냥갑처럼 좁은 대기실에 쏠렸다.
“준비되었습니까?”
당장이라도 시작할 것처럼 우시라엘이 시간을 확인했다. 묻고 싶은 것이 쌓여있던 선수가 손을 들었다.
“겨우 100미터를 달리는데 15분이나 주는 이유가 있습니까?”
그의 질문에 나이 많은 후보생들이 얼굴을 찡그렸다. 굳이 부스럼을 만드는 것이 아닐까하는 기우 때문이었다.
선수를 지그시 지켜보던 우시라엘이 미소를 머금은 채 대답했다.
“대화할 시간을 충분히 드리는 겁니다. 너무 많으면 조금 줄여드릴까요?”
“아뇨, 괜찮습니다. 15분, 좋은 것 같아요.”
그녀의 잔잔한 협박에 선수는 선수는 황급히 꼬리를 내렸다.
“더 이상 질문이 없다면 후보생들은 각자의 대기실로 이동해주세요.”
후보생들은 산드미엘을 따라 대기실로 향했다.
대기실 앞에 선 진우는 묘한 긴장감을 느꼈다. 안에서 기다리고 있을 파트너에 대한 궁금증에 발가락이 근질거렸다.
“보기에는 허술하지만 방음처리가 잘 되어있으니 안심하고 소리를 질러도 되요. 하지만 내구도는 약하니까 주먹으로 치진 말아줘요.”
대기실을 툭툭 두드리며 산드미엘이 말했다, 그는 얄미울 정도로 히죽거리며 후보생들에게 작은 알약을 나눠 주었다.
“진정제에요. 즉시 효과가 나타나니까 삼키고 들어가세요. 필요 없다고 생각이 들더라도 먹는 걸 추천할게요.”
손톱만한 알약에서는 박하맛이 났다.
후보생들을 찬찬히 둘러본 산드미엘이 손을 들며 말했다.
“자! 그럼 다들 준비가 되셨으면 두 번째 시험을…….”
진우는 그의 입술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후보생들은 대기실의 문고리를 잡고 시작 소리가 들리길 기다렸다.
“시작합니다!”
대기실의 문을 연 후보생들이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이제야 왔네. 한참을 기다렸잖아.”
“……안녕.”
기다리고 있던 파트너들이 진우를 맞이했다. 교복을 입은 학생과 정장을 입은 남자 두 사람이었다. 그들의 얼굴을 확인한 진우는 소리를 지르며 주저앉았다. 익숙한 얼굴과 자세, 변하지 않은 목소리, 자신을 보는 묘한 눈초리. 나이 많은 진우와 어린 진우는 동시에 한숨을 내쉬었다. 3인4각 달리기의 파트너는 10년 전의 자신과 10년 후의 자신이었다.
임규현 / 2019.08.14 11:25: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