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주가 지나갔다. 생소했던 수업은 조금 익숙해졌다. 하지만 용어와 단어가 입에 붙었을 뿐, 이해도가 올라간 것은 아니었다. 천사 교관들의 태도는 여전히 딱딱했고 시험에 대한 압박감도 여전했다. 그러나 토요일이 되도록 교관들은 시험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그리고 토요일 오전이 되었다.
평소처럼 아침 식사를 마친 후보생들은 산드미엘을 따라 빌딩 아래로 내려갔다. 그리곤 이유도 알지 못한 채 대기하고 있는 버스에 올랐다. 목적지가 어디냐는 질문에 “시험을 치르기 위해서.”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버스에 오른 후보생들은 기대 반, 두려운 반을 안고 버스가 목적지에 도착하길 기다렸다.
버스는 잠실의 올림픽 주 경기장에 멈춰 섰다.
“도착했어요. 후보생들은 차례대로 내려서 두 줄로 서 주세요.”
여행 가이드처럼 작은 깃발을 든 산드미엘이 한껏 신이 난 얼굴로 말했다. 난생 처음 경기장을 방문한 대부분의 후보생들은 소풍을 나온 것처럼 들떠있었다. 그들의 기대치에 영향을 받았는지 산드미엘이 한 마디를 더 거들었다.
“오늘 시험을 위해서 경기장을 통째로 빌렸어요.”
미리 도착한 두 주품천사와 세 권품천사가 후보생들을 반겼다.
“이곳이 두 번째 시험장입니다.”
후보생들을 반기며 우시라엘이 말했다. 그녀의 등 뒤로 넓은 축구장과 그 외곽을 두른 육상트랙이 보였다. 축구장 한 쪽에는 열 두 개의 작은 컨테이너 박스가 있었는데, 문이 달린 것으로 보아 들어갈 수 있는 것 같았다.
“지금부터 두 번째 시험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후보생들이 웅성대기 시작했다. 반면 카무엘을 비롯한 권품천사들은 무엇이 즐거운지 하나같이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시험 종목은 3인4각 달리기입니다.”
이어지는 우시라엘의 말에 후보생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어렵지 않죠?” 라고 묻는 듯 우시라엘이 어깨를 치켜 올렸다.
“후보생들은 각자의 대기실로 들어가 준비를 마친 뒤, 경기장 저쪽에서 출발해 100미터를 달려오면 됩니다. 대기실에 입장해서 목표 지점까지 달려오는데 드리는 시간은 총 15분입니다. 간단하죠. 그럼 질문 있습니까?”
“15분이요?”
초조하게 듣고 있던 수진이 손을 들었다.
“네. 15분을 넘기면 탈락입니다.”
“만약에 15분 안에 못 들어오면 세 명 모두 탈락인가요?”
이번엔 수진의 옆에 선 희연이 슬그머니 손을 들었다. 가장 어리고 작은 체구를 가진 그녀의 목소리에는 불안감이 가득했다.
“아니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못 들어온 후보생만 탈락이죠.”
우시라엘의 아리송한 대답에 후보생들의 표정이 복잡해졌다. 열 두명이 네 개의 조로 나뉘리라 예상하고 도움이 될 만한 이들을 파트너로 생각하고 있던 참이었다. 진우와 선수, 가영도 눈빛을 주고받으며 이미 한 조를 만든 상태였다.
뒤편에 있는 대기실을 가리키며 우시라엘이 말했다.
“후보생 여러분에게는 파트너는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지금 여러분의 이름이 적힌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죠. 그들을 만나는 것이 시험이라고 시작이라고 생각하세요.”
임규현 / 2019.07.30 15:2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