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에 들어간 우시라엘과 카무엘은 평상심을 되찾았다.
“악마가 목격되었다는 사실은 알고들 계실 테죠.”
“네. 전해 들었습니다.”
미카엘의 질문에 우시라엘이 담담하게 대답했다. 카무엘은 눈을 천천히 깜박이는 것으로 대신했다.
“그 뒤로 들어온 다른 정보가 있나요?”
“아니요, 아직 없습.”
“있습니다.”
카무엘이 우시라엘의 대답을 자르며 말했다.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던 우시라엘이 벌떡 일어났다.
“뭐라고? 왜 그걸 이제야 이야기하는 거죠?”
“특별히 꺼낼만한 수준이 아니었으니까. 추가 정보라고 해도 별 볼일 없는 것입니다.”
“그 정보란 게 어떤 겁니까?”
미카엘이 물었다.
“딱히 얘기할 거리도 없습니다. 하지만 굳이 듣고 싶으시다면….”
“들어야겠어요.”
눈썹을 치켜 올린 우시라엘이 쏘아댔다. 카무엘은 대수롭지 않다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얘기를 하려고 해도 별로 말 할 것이 없습니다. 며칠 전, 근처에 있는 공원에서 악마가 목격되었다는 게 전부입니다.”
“설마 처음에 발견된…….”
“동일한 악마라는 증거는 없습니다. 아주 짧은 시간, 공원에 스치듯 나타났다 사라졌다는 것 밖에는 모릅니다. 그렇기에 그다지 신경 쓸 일은 아니라고 판단했던 겁니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미카엘이 걱정 없는 아이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특별한 정보가 나오기 전까지 기다리죠. 식사를 마치셨다면 돌아가도 좋습니다.”
두 주품천사는 미카엘에게 인사를 한 뒤 집무실을 나왔다.
우시라엘은 앞서 가고 있는 카무엘을 쫓아가 앞을 막아섰다. 그녀는 미카엘 앞에서 참고 있던 감정을 드러냈다.
“도대체 무슨 꿍꿍이를 꾸미고 계실까? 미카엘님 앞에서 나보다 우월하다는 걸 보이기엔 너무 소소한 장난인 것 같고, 그렇다고 거창한 걸 내놓은 것도 아니고. 숨기고 있는 게 있지?”
카무엘이 귀찮다는 듯 뻣뻣하게 대답했다.
“전혀. 그런 것이 있다면 드러내고 우월감을 한껏 만끽했겠지.”
“…우리가 처음 만난 게 언제였지?”
“대략 10세기 전 쯤, 신성 로마 제국 때.”
“그래……. 그때부터였지. 악연이.”
우시라엘은 등을 돌려 가버렸다. 카무엘은 그녀의 뒷모습을 무표정하게 지켜보았다.
임규현 / 2019.07.23 16:3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