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훈 (국립군산대학교 교수, 전북작곡가협회장)
요즘 군산의 “인문학 창고 정담(情談)52”는 다양한 콘텐츠 개발을 통해 지역사회와 현지인들에게 작은 신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정]답게 나누는 [담]소의 시간”이란 화두(話頭)로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 총 52주를 목표로 시작되었다.
2018년 12월 국립군산대학교 산학협력단(LINK+사업단, 인문산학협력센터)에서는 지역문화협동조합 G-Local i와 함께 옛 군산세관의 세관창고를 리모델링하여 인문학창고 정담을 개관하였고, 군산시장, 국립군산대학교총장, 군산세관청장, 군산시국회의원, 군산시시의회의원 등이 참석하여 “정담”의 시작을 알렸다.
군산세관창고는 개항(1908년) 후 110년이란 시간동안 군산의 근대화시대를 함께한 세관창고이며,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원형그대로 남아 있었기 때문에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또한 문화재로 지정된 건물을 리모델링한다는 것은 문화재청을 설득해야하는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군산시와 군산세관은 세관창고를 시민들의 품으로 돌려줘야한다는 의지를 가지고 지역문화협동조합과 국립군산대학교가 함께 노력하여 “인문학 창고 정담”으로 다시 군산시민들의 공간으로 돌려준 뜻깊은 사례인 것이다.
이것은 1960년대 이후 급격한 산업화 과정에서 방치되어 있던 곳을 다시 시민들의 지식창고로 환류(還流)된 공간의 문화콘텐츠인 것이다. 이런 계기로 군산을 찾는 관광객들에게도 이야기가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정담52”는 매주 목요일마다 다양한 주제의 강연이 밤 7시에 열린다. 공연예술을 비롯한 영화, 미술, 철학, 인문, 사회 그리고 기초과학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예술가 및 전문가를 강연자로 초청하여 시민들에게 무료로 제공되는 프로그램이다.
특히 매달 첫 주 목요일에 열리는 “작은 음악회”는 국내 정상급 연주자들의 공연을 눈앞에서 경험 할 수 있는 기회를 시민들에게 선사한다. 2018년 12월 첫 강연은 30~40명 청중으로 시작하였지만, 입소문을 타고 현재 80~90명에 이른다. 결국 70평 남짓한 작은 공간이지만, 군산시민들의 지식문화를 확대하여 삶의 질을 풍부하게 넓혀가는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클래식 공연의 열광적인 분위기는 “정담52”의 만족도를 알 수 있다. 그만큼 공연에 대한 갈증이 컸다는 반증일 것이다. 예술의 전당과 같은 격식 있고 편안한 좌석은 아니지만, 강연자의 눈을 마주보고 연주자와 같이 호흡하는 공간의 힘은 그 어떤 큰 극장보다 진한 감동을 선사 할 지도 모른다.
각 지자체에는 대규모 극장들이 지역 문화예술 활성화를 위해 역할을 하고 있다. 이것은 인체의 모습으로 빗대어 본다면 대규모 극장들은 대동맥의 역할 일 것이고, 정담52와 같은 작은 공간의 활동은 실핏줄과도 같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다양한 접근방법으로 상호보완적 문화예술 공간이 활성화 되어야 군소도시의 시민들에게 인문사회예술의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선사 할 수 있다. 어쩌면 “정담 52”는 인문사회 문화예술 관광콘텐츠의 발전 모형을 제안하고 그것을 시민들에게 실현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정담 52”를 통해 시민들의 참여와 관심이 커지자 “정담”을 모방해서 다양한 작은 공연과 강연이 군산 곳곳에서 열린다는 것도 무척 고무적(鼓舞的)이다. 일예로 지역문화협동조합 G-Local i는 정담의 매주 목요일 프로그램과 별도로 지역 문화예술인들을 중심으로 공연을 만드는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이것은 결국 지역 예술가들의 가치를 지역 시민들에게 알리는 무대가 되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인문학 창고 정담52”는 주간의 행사가 아닌 “인문학 창고 정담365” 즉, 하루가 쌓여 일 년을 만들 듯, 인문사회 문화예술 관광콘텐츠가 살아 있는 살아 있는 “정담”이 되기를 응원해 본다.
마지막으로 이런 콘텐츠를 운영하기 위해선 많은 지원금이 필요하다. 국립군산대학교는 “정담52”에 콘텐츠 지원을 위해 한해 6천만원의 지원금을 책정해 놓았다. 1년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한 예산으로 보면 큰 금액은 아닐 것이다.
요즘 “소극장 운동”을 지원하기 위한 프로그램이 있다. 정식 공연장이 아니라도 이런 공간의 콘텐츠가 지역사회에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다면 심사 기준도 다양한 각도에서 접근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글을 마무리해 본다.
최명훈 / 2019.05.29 23:0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