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우의 개인실을 나온 아르엘은 문 옆 기대어 서 있던 산드미엘과 마주쳤다. 그는 무심한 표정으로 서서 맑은 손톱을 다듬고 있었다.
“뭐야? 나 기다리고 있었던 거야?”
“대충, 그런 셈이지.”
산드미엘은 어물쩡 대답을 흘리며 아르엘의 표정을 살폈다.
“걔는 괜찮아? 진수라고 했었나?”
“강진우 후보생, 이쯤됐으면 이름 좀 외워라. 무슨 일인데?”
“그냥 걱정돼서 와봤지. 후보생이 갑자기 쓰러졌다는데. 도울 일이라도 있을까 해서.”
산드미엘이 정리가 끝난 손톱을 후 불었다.
“이름도 몰랐으면서 핑계는……. 빨리 털어놔. 아니면 그냥 간다?”
단호하게 나서는 아르엘을 산드미엘이 붙잡았다.
“쓰러진 이유는 알아냈어?”
“…어느 정도. 내가 어디 소속이었는지 잘 알잖아.”
산드미엘이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아르엘은 천계 소속 최고의 의무 장교 중 하나였다.
“그래서 증상은?”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영혼의 충돌.”
“전에 나타났던 악마랑 관련이 있는거야?”
“그건 확신할 수 없어. 정말 모르는 척을 하는 지 아니면 정말 모르는 건지 분간이 안돼.”
“흐음….”
산드미엘이 벽을 밀쳐내며 몸을 똑바로 세웠다. 그는 입술을 삐죽이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혹시나 해서 물어본 것뿐이야. 아무래도 그 일 이후로 나나 대장이나 꽤나 예민해져 있으니까. 조심해서 나쁠 것 없잖아.”
“무슨 걱정을 하고 있는지는 알아.”
“그래. 그럼 수고해. 그…, 그 후보생 잘 챙겨주고.”
“강진우 후보생!”
“간다.”
능글맞은 웃음을 남긴 산드미엘은 건들거리는 걸음으로 복도를 빠져나갔다.
***
토요일.
비장한 표정의 후보생들이 강당에 모였다. 미카엘이 참관하는 가운데, 날개의 싹 확인 시간이 되었다.
커다란 벨벳 의자에 앉은 미카엘은 영화를 기다리는 아이처럼 발을 동동 구르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의 좌우로 선 카무엘과 우시라엘이 섰고 그 뒤로 권품천사들이 늘어섰다.
천사들을 마주보고 일렬로 선 후보생들은 사관생도처럼 잔뜩 기합이 들어가 있었다. 그들은 앞으로 나선 우시라엘의 입술에 시선을 집중했다. 차분하게 호흡을 가다듬은 우시라엘이 미카엘의 시선에 따라 입을 열었다.
“지금부터 천사 후보생들의 첫 번째 시험을 치르도록 하겠습니다. 후보생 여러분은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고 숨을 들이 쉬세요.”
임규현 / 2019.05.21 18:12: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