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앗, 깜짝이야!”
“내가 그렇게 무섭게 생겼어? 그렇게 놀랄 필요 없잖아.”
놀라 허둥대는 진우를 진정시키며 유준이 물었다.
“아니요. 아닙니다. ……혀, 형님. 안녕하세요.”
“여기, 물 마실래?”
“감사합니다.”
유준은 진우에게 억지로 물을 떠넘기곤 크게 하품을 했다.
“어때, 그동안 잘 지냈어? 천사 후보생은 할 만해? 힘들지는 않고?”
유준은 피식피식 웃으며 친한 척을 해 왔다. 진우는 그가 부담스러웠지만 답답한 마음을 풀어놓고 싶은 마음에 조심스레 대답했다.
“…사실 조금 힘들어요. 아직 일주일도 안 되었는데.”
“하하. 그래서 천사가 될 수 있겠어?”
유준이 진우의 등을 두드리며 말했다. 그러나 진우는 가벼운 농담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얼굴은 근심으로 더욱 어두워졌다. 그런 마음을 알아챈 유준이 진우를 위로해주었다.
“괜찮아! 그럴 수 있어. 쉽게 되는 게 이상한거야.”
“제가 실수를 한 것 같아요.”
“실수?”
“네.”
진우가 고개를 푹 숙였다. 유준은 기다렸다는 듯 품 안에서 핸드폰과 알사탕을 꺼내 내밀었다.
“여기. 이게 도움이 될 거야. 이건 나한테 연락할 수 있는 핸드폰이고, 이건 네 실수를 잊게 해 줄 선물이야.”
노란 알사탕은 마치 유리처럼 투명하고 반짝거렸다. 분명 평소였다면 호기심에 입에 넣어볼만한 모양이었지만 지금은 그럴 기분이 아니었다.
“제가 사탕은 별로 안 좋아해서.”
“날개 싹은 틔워야할 것 아냐.”
날개라는 단어에 진우의 눈동자가 커졌다. 어떻게 알았는지 묻기도 전에 유준이 말했다.
“어떻게 알았냐고?”
사악한 미소가 유준의 얼굴에 가득 피어났다. 진우의 고개가 강아지 꼬리처럼 살랑살랑 흔들렸다.
“그건 나중에 얘기하기로 하고, 나하고 한 약속을 잊고 있는 건 아니지?”
“네, 기억하고 있어요.”
“좋아.”
진우는 사탕을 받았다. 보기보다 말랑말랑한 것이 젤리 같았다. 혀를 살짝 대 보았지만 아무런 맛도 나지 않았다.
“물하고 같이 삼켜. 아마 내일까지는 날개의 싹이 트게 도와 줄 거야.”
유준이 기지개를 켜며 일어났다. 그는 팔을 이리저리 휘두르며 크게 숨을 들이 쉬었다.
“날씨 좋오타.”
입 안 가득 머금은 물과 사탕이 진우의 목을 타고 넘어갔다.
“옳지. 잘 하네.”
유준이 진우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난 간다. 정신 잃지 않게 조심해.”
진우는 일어나서 90도로 꾸벅 인사를 했다. 고개를 들어보니 어느 새 유준은 시야에서 사라지고 보이지 않았다.
임규현 / 2019.05.08 10:4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