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이 되자 싹을 틔운 후보생들이 하나 둘 늘어났다. 선수와 민주처럼 별 다른 아픔 없이 지나간 이들도 있는 반면, 호완처럼 바닥에서 데굴데굴 구르는 이도 있었다. 그 외에는 가영처럼 잠시 통증에 시달릴 뿐이었다.
시간이 갈수록 싹을 틔우지 못한 후보생들은 초조함에 지쳐갔다. 그 중에서 입안이 바짝 타버릴 정도로 긴장한 이가 있었으니 진우가 그 주인공이었다. 진우는 악몽까지 꾸면서 매 시간마다 통증이 찾아오기를 빌었다.
“강진우 후보생, 문제라도 있습니까?”
오전 수업을 진행하던 우시라엘이 물었다. 그녀는 들고 있던 교재를 내려놓고 진우에게 다가갔다. 진우는 맨 뒷자리에 앉아 오만 상을 쓰고 있었다. 수업을 받던 후보생들의 시선이 진우에게로 집중되었다.
“안색이 안 좋군요.”
우시라엘이 진우의 눈동자 들여다보는 사이, 옆 자리에 있던 선수가 진우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축하해, 그렇게 걱정하더니 별 문제 없었잖아!”
“문제라니요?”
우시라엘의 물음에 선수가 답했다.
“날개의 싹이 틔운 게 아닌가요?”
“아니요. 이건 단순히 몸이 안 좋은 것 같군요. 강진우 후보생, 괜찮은가요?”
우시라엘의 말에 진우는 작게 고개만 끄덕였다. 속이 답답한 것이 아무래도 아침 식사 때문에 체한 것 같았다. 머리도 어지러워 신선하고 차가운 공기를 마시고 싶어졌다.
“잠깐 바람 좀 쐬고 와도 괜찮을까요?”
진우의 요청에 우시라엘은 잠시 고민했다. 그러나 시계를 확인한 뒤 괜찮다는 판단을 내렸다.
“좋습니다. 허락하죠. 다녀오세요. 대신 계속 몸이 좋지 않다면 얘기해줘야 합니다.”
“네. 감사합니다.”
가슴을 피며 일어난 진우는 울렁거리는 속을 진정시키며 교육실을 나갔다.
***
날씨는 더 없이 좋았다. 바람은 선선하게 불어왔고, 적당히 구름에 걸러진 햇볕은 따스함을 느끼기에 좋았다.
진우는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작은 공원으로 향했다. 점심 시간이 가까운 시간, 공원은 회사원들로 나름 북적거렸다. 진우는 공원 구석에 있는 벤치로 가 앉았다. 벤치 아래 잔뜩 버려져 있는 담배꽁초 더미를 발로 밀어낸 뒤 숨을 크게 들이 쉬었다.
‘마음을 편하게 먹어야 하는데…….’
우시라엘이 날개를 보여주며 일러주었던 말을 떠올리며 가슴을 진정시켰지만 머리를 비우려고 할수록 걱정으로 까맣게 타버렸다.
그때, 누군가가 옆에 앉으며 작은 물통을 내밀었다.
“왜, 일이 마음대로 안 돼?”
무심코 고개를 돌린 진우는 깜짝 놀라 벤치에서 펄쩍 뛰었다. 옆자리에서 붉은 셔츠를 입은 유준이 싱긋 웃어보이고 있었다.
채명룡 / 2019.04.16 17:42: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