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오전, 아침 식사를 마치고 방으로 돌아가던 가영이 가슴에 통증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아! 아아…. 읏!”
“왜 그래? 가영아, 무슨 일이야?”
함께 방으로 돌아가던 선수의 외침에 주변 다른 후보생들이 모여들었다. 허리를 굽힌 채 엎드린 가영은 조용히 신음소리만 흘렸다.
“가슴……, 아파. 가슴이.”
재빠르게 도움을 청하러 달려간 희연이 아르엘과 함께 돌아왔다. 아르엘이 가영의 머리를 짚어보는 사이, 선수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 설명했다. 가영의 배와 가슴으로 손을 집어넣은 아르엘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괜찮아요. 당황할 일은 아니에요.”
하지만 가영은 여전히 신음하고 있었고, 선수와 다른 후보생들의 걱정은 그치지 않았다.
“왜 이러는 거죠?”
“그녀는 지금 날개의 싹을 틔우고 있어요. 통증이 오래가진 않을 거예요. 하지만…….”
선수의 물음에 대답하던 아르엘이 고개를 갸웃하며 기울였다.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건가요?”
“아니요. 유가영 후보생은 정말 여러 가지로 놀라게 하네요. 보통의 천사들도 사흘 만에 싹을 틔우기 쉽지 않은데, 굉장해요.”
가영의 신음소리가 점차 잦아들었다. 창백해졌던 그녀의 얼굴이 본래의 색을 되찾았다. 그리곤 이윽고 천천히 숨을 내쉬며 눈을 떴다.
“괜찮아?”
선수가 이마의 땀을 닦아주며 가영에게 물었다. 가영은 악몽에서 깨어난 것처럼 축 늘어져 있었다.
“응. 좀 나아졌어. 아까는 정신을 잃을 것처럼 아팠는데.”
가영은 가는 손가락으로 눈가에 맺혀있던 눈물을 훔쳤다. 아르엘이 등을 쓸어주자 그녀는 조금 더 편안한 얼굴이 되었다.
“가영씨는 인류 최초로 천사 날개를 가진 사람이 되었네요.”
아르엘이 가영을 부축해 일으키며 축하해주자 후보생들의 박수가 이어졌다. 그중 몇몇 이들의 시선에는 질투가 묻어났지만 아르엘을 제외한 누구도 눈치 채지 못했다.
소란을 피우며 쓰러진 덕택에 가영은 후보생들 사이에서 일약 스타가 되었다. 오전 수업이 끝나고, 점심 시간이 되자 후보생들은 가영에게 몰려들었다. 그들은 가영에게 어떻게 싹을 틔웠는지 묻거나 있을 리 없는 노하우를 물었다. 그리곤 그 어느 때보다 많이 물을 마시고, 서로의 등을 쓰다듬었다.
“야, 왜 그러고 있냐?”
삼삼오오 모인 후보생들 사이에서 빠져나온 선수가 진우에게 다가와 물었다. 진우는 무리에서 이탈한 낙오자처럼 홀로 쓸쓸히 앉아 있었다. 심각한 얼굴로 굳어있던 진우가 고개를 들었다.
“…그건 어디서 구했냐?”
“이거?”
선수가 주무르고 있던 1회용 손난로를 들어보였다. 의자를 끌고 와 진우의 맞은편에 앉은 선수가 진우의 얼굴을 살피며 입을 열었다.
“등에 붙이려고. 조금은 도움이 되겠지 싶어서. 근데, …너 괜찮냐?”
채명룡 / 2019.04.03 16:44: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