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심한 인간 (2부)
순댓국집을 나온 두 친구를 쌀쌀한 새벽 공기가 맞이했다. 도착한 택시 문을 열며 선수가 진우의 등을 두드렸다.
“토토 좀 작작해라. 응? 다음 주면 가영이도 한가해지니까 같이 술이나 한 잔하자.”
“그래. 연락해라.”
선수는 잇몸을 훤히 보이며 웃고는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
일주일 뒤, 그 어느 때보다 화창한 토요일이었다. 이른 아침 겨우 눈을 뜬 진우는 침대에 앉아 잠을 떨쳐냈다.
멍하니 앉아있던 진우는 휴일이지만 도서관에 가기로 했다. 어차피 집에 틀어박혀 시간을 낭비하느니 문제집이라도 풀어보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오랜만에 언치는 의욕을 이대로 떠나보내고 싶지는 않았다.
양치를 하고 옷을 입고 집을 나서는데 전화가 왔다. 선수였다.
“아침부터 왜 전화질이냐?”
진우의 짜증 섞인 첫마디 너머 선수의 외침이 들려왔다.
“받았다! 내가 받는다고 했지? 분명히 지금까지 자고 있었다니까. 진우, 너 어디야?”
“도서관가는 길이야.”
“그래? 그럼 근처에서 만나자. 너네 집 앞 버스 정류장 건너에 김밥 집 있지? 거기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빨리 와!”
선수는 제 말만하고 끊어버렸다.
“뭐야, 귀찮게.”
진우는 도서관으로 향하던 발길을 돌렸다. 귀찮은 호출이었지만 아침 식사도 걸렀겠다 밥이나 먹고 가자는 생각이었다.
횡단보도 앞에선 진우는 신호등이 바뀌길 기다렸다. 도로 너머로 선수와 만나기로 한 김밥 집이 보였다. 먼저 도착한 선수와 가영이 진우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손을 들어 화답하려던 진우의 눈에 익숙한 사람이 들어왔다.
진우에게 토토를 가르치고, 2000만원이라는 거액을 빌려준 사채업자이자 고등학교 선배인 용완이었다. 신호등이 바뀌자 용완은 다른 남자와 함께 횡단보도를 건너왔다. 운동을 좋아하긴 했지만 약물주입이라도 했는지 사모안같은 몸집이 유난히 거대해져 있었다. 거기에 머리까지 짧게 잘라 가뜩이나 살벌한 인상을 더욱 도깨비 같이 보이게 했다.(계속)
허종진 / 2018.07.26 16:2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