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드미엘이 요란법석을 떨고 나간 뒤, 남은 아르엘이 그를 대신해 해명을 시작했다.
“이번 프로젝트 때문에 정신이 없었나 봐요. 산드미엘이 일정표를 가지고 돌아올 때 까지 오늘 남은 일정을 설명해드릴게요.”
아르엘은 화이트보드에 시간을 적어 나갔다.
“우선, 휴식을 취하신 뒤 6시까지 10층의 강당에 모여주세요. 한 주에 한 가지 시험을 본다고 미리 설명을 들으셨죠. 그 첫 번 째 시험을 시작할겁니다. 그리고 그 결과를 토요일에 평가하게 되죠.”
“어떤 시험인지 알려 주실 수 있나요?”
시험이라는 단어에 겁을 먹었는지 희연이 조심스레 손을 들었다. 주변 후보생들이 비슷한 질문이 하고 싶었는지 응원의 손뼉을 쳤다.
대답을 위해 입을 떼려던 아르엘이 잠시 멈칫했다. 그녀는 기대감에 잔뜩 부풀어 있는 후보생들의 눈동자를 하나하나 확인했다. 흔들림 없는 선수, 침착한 가영, 행복해 보이는 진수 등 모두가 자신과 눈을 마주쳐왔다.
생각을 바꾼 아르엘이 대답했다.
“지금 말씀드리면 재미가 없을 것 같지만 알려드리죠. 첫 번째 시험은 날개 싹 틔우기예요.”
***
휴게실.
“날개 싹 틔우기?”
“그러게. 그게 무슨 말인지 알겠어?”
진우와 선수, 가영은 자판기에서 뽑은 콜라를 마시며 휴게실 의자에 늘어졌다.
“날개는 천사들 등에 달린 날개를 말하는 거겠지?”
가영의 물음에 두 친구가 고개를 끄덕였다. 세 사람이 머리를 모아도 아르엘이 남긴 아리송한 말의 진의는 파악하기 힘들었다. 선수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 가영이 멍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날개라는 게 식물이었나? 만약에 그렇다면 조금 소름끼치는데. 으으, 징그러워.”
가영이 몸서리치며 벌떡 일어나 두 팔을 양쪽으로 크게 펼쳤다.
“그렇지 않아? 천사의 날개라는 건 말이야, 로망이잖아! 이렇게 큰 깃털이 잔뜩 달린 하얗고 푹신한 날개!”
“그런가……? 날개는 아무래도 상관없어.”
열정적인 가영에 비해서 진우와 선수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그때, 마침 희연이 휴게실로 들어왔고 가영은 자신의 생각에 동조해줄 상대에게 달려갔다.
“희연아, 얘들은 꿈이라는게 없어.”
어느새 단짝이 된 두 사람은 곧장 날개 이야기에 빠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남겨진 두 남자는 천사들의 미모 이야기로 주제를 바꿨다.
그 사이 지식이 휴게실에 들어섰고 진우와 선수는 달갑게 그를 맞았다.
“형님, 이쪽에 앉으세요.”
지식의 무거운 몸이 푹신한 소파에 먹혀들어가듯 깊이 가라앉았다.
“그래, 무슨 이야기 중이었어?”
서글서글한 성격의 지식은 진우, 선수와 11살의 나이 차가 있었지만 금세 형 동생 사이가 되어 있었다.
“천사들 말이에요, 형님은 누가 가장 예쁜 것 같으세요?”
“나는 그 초록 머리 천사, 아르엘이라고 했나? 이쁘장하더라. 그런데 나이가 많지 않아? 천사라면 그, 몇 백 살일 것 아니야. 완전 할머니잖아.
채명룡 / 2019.02.26 16:5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