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로앵 에이미(사진 이현겸 작가 제공)
요즘 뉴스를 보면 사람들은 각각 다른 미래를 그리는 것 같다. 과학기술의 눈부신 발전으로 인류가 지금보다 더 편리하고 쾌적한 생활을 누릴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도 있고, 무분별한 기술 개발과 자원 고갈로 인해 디스토피아가 열릴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 어느 방향이든 지구의 시계는 흐르고 있고, 아직 우리가 알지 못하는 미래는 한걸음 한걸음 우리 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오늘 이야기할 시트로엥 에이미는 어쩌면 자동차의 미래가 될지도 모르는 형태의 모빌리티이다.
에이미는 2022년에 발표된 소형 전기 자동차이다. 이 차의 이름은 1960년대의 시트로엥 에이미에서 따왔는데 그냥 이름만 따온 것이 아니라 차의 디자인적 느낌도 어느 정도는 차용한 듯하다.
에이미를 잘 살펴보면 에이미를 통해 시트로엥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우선 에이미는 조립식 자동차이다. 마치 가구처럼 뚝딱뚝딱 조립해서 만들 수 있는 그런 자동차이다.
에이미는 앞뒤가 똑같은 자동차다 반대로 도어의 경우 오른쪽과 왼쪽이 열리는 방향이 다르다. 앞뒤의 파츠와 부품이 같고 양옆의 파츠도 동일한 것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특징은 원가 절감을 위한 선택인 것으로 보인다.
에이미의 앞 범퍼의 시트로엥 엠블럼을 보면 이 차가 어디까지 원가 절감을 목표했는지 알 수 있다. 일반적인 자동차에 많이 쓰이는 금속재질 엠블럼이 아닌 스티커를 사용했다. 놀랍게도 말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이차의 가격은 한화 800만 원 언저리이다.
그런데 에이미의 이런 특징은 단순 원가 절감으로만 보이지 않는다. 자원이 빠른 속도로 고갈되어 가는 이 시대에 맞는 합리적인 선택으로 보인다. 그렇기에 이 가벼운 차가 가지는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
마치 장난감을 보는 듯한 에이미의 최고 속력은 시속 45km이다. 시트로엥이 자리 잡고 있는 프랑스의 시내주행 속도제한은 48km로 에이미의 속도로도 부족함이 없다. 물론 부족한 출력에서 오는 피로감은 있겠지만 말이다.
프랑스 이야기가 나와서 그런데 프랑스에서는 에이미를 공유 자동차로 사용하고 있다. 분당 한화 350원 정도의 가격에 이용할 수 있는데 프랑스 공유자전거가 분당 200원의 사용료를 받고 있는 걸 보면 에이미의 이용료는 매우 합리적이다.
시트로엥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이런 게 아닌가 싶다. 미래를 위해 우리는 지금부터 합리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고 말이다. 에이미는 합리적인 차가 되기 위해서 많은 것을 내려놓았다. 자원을 아끼고 이동수단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며 우리가 편의를 누리기 위해서 지구의 미래를 앞당겨 쓰고 있지는 않는지 생각해보게 한다.
고성능 전기차가 즐비하고 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현실화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지금 시대에, 에이미는 최첨단 기술이나 고출력 고성능이 없이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그리고 미래 이동수단의 방향성으로도 굉장히 합리적이다. 오늘은 에이미처럼 귀여운 자동차가 도로에 가득한 상상을 하게 된다.
이현겸 / 2023.06.22 09:1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