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채널을 시청하다보면 중간 중간에 골프클럽(골프채)과 골프공, 의류광고가 머리에 새겨질 정도로 이어지는데 예전이나 지금이나 그 중에서 아마추어골퍼의 눈을 반짝이게 만드는 내용은 ‘비거리가 1~2클럽 더 나간다’는 내용이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가 골프산업에 대하여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골프관광산업 시장 규모는 약 9조인데, 이 가운데 골프용품이 7,000억원, 골프의류 시장이 2조8,000억원으로 나타났다.
필자는 골프를 배운지가 30년이 됐지만 그 때나 지금이나 골프클럽에 대한 광고의 핵심은 항상 최고의 혁신기술로 ‘똑바로 멀리 나가게’ 제작한 것이라고 다들 한결같이 말한다.
골프는 15세기 영국 스코틀랜드 양치기 목동들이 잔디 위 구멍을 만들어 놓고 양털을 뭉쳐 작대기로 쳐서 넣는 놀이로부터 시작됐다고 하는데, 가죽을 덧댄 손잡이와 감나무 개암나무 등 딱딱한 재질의 나무로 만든 헤드와 샤프트, 지금도 ‘우드’라고 불리는 우드의 시초이다. 지금은 나무는 티 밖에 없지만.
이어 철 재질이 등장하면서 우드와 아이언으로 나뉘고, 가죽주머니에 깃털을 넣은 페더(feather)볼, 천연고무로 만든 구타페르카 볼의 대량생산으로 내구성과 비거리가 증대되고, 이후 고무코어에 탄성고무줄을 감고 표피를 씌운 하스켈 볼이 등장, 스핀의 원리를 도입할 수 있게 된다. 이후 첨단 공학과 소재로 계속 개발되었다.
물론 골프클럽은 이전의 몇 백 년보다 최근 몇 십 년 사이에 재료의 연구개발로 가볍고 반발력이 큰 티타늄 재질이 사용되고 다양한 신소재를 첨가하면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제일 큰 미국시장 규모가 700억달러(약 78조) 정도이니 클럽 메이커들은 서로 앞다투어 “더 멀리 나가고 더 똑바로 간다”고 강조하고 실제 장비의 연구개발에도 많은 투자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침대만 과학이 아니라 골프 역시 ‘장비도 과학이고 스윙도 과학’이다.
골프를 즐기는 사람들은 누구나 ‘더 멀리 똑바로 쳐서’ 은근히 동반자들의 기를 죽이고 어떻게 한 타라도 줄여 보기플레이를 하고 싱글도 하고 더 나가면 언더파도 치고 그런 욕심이 생기는 것 같다.
그러나 비거리가 아무리 길더라도 똑바로 치지 못하면 오히려 단타자보다 어려운 트러블 상황에 자주 빠지고 흔히 스코어 관리가 안되는 것이 골프인 것 같다.
필자의 생각은 골프로 먹고 사는 직업이 아니면 그냥 부모나 주변 지인들에게 물려받은 허름한 클럽으로도 ‘스윙의 과학(메커니즘)’을 조금 이해하면 얼마든지 수준 있는 상급 골퍼가 되고 골프를 즐길 수 있다.
낡고 후진 클럽으로 잘 치는 것이 더 멋지지 않냐.
특히 요즘 같은 때 무리하게 욕심내서 골프채를 자주 바꾸지 말자. 또 자고 일어나면 ‘더 멀리 나간다’는 새로운 광고를 보게 될 테니까.
차라리 골프 스윙에 도움이 되는 코어근육을 강화하는 등의 꾸준한 운동으로 몸을 바꿔 10~20M 거리도 늘리고 100세 시대에 건강도 챙기는 것이 훨씬 낫지 않을까.
허종진 / 2018.12.08 15:03: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