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잡이
신재순
어린 날, 왼손으로 숟가락을 잡으면
어머니께서는 오른손으로 잡게 하셨습니다.
처음 내 이름자를 가르쳐주신 아버지께
왼손으로 꼭 쥐고 있는 연필을
다시 오른손에 쥐어주셨습니다.
어른이 되어서도
혼나면서 배운 것은 오른손이 하고
배우지 않은 것은 왼손이 하는데
아무 것도 배우지 않은 왼손이
가위질, 칼질, 바느질 같은 것을 더 잘합니다.
<동시마중> 2022년 9․10월호
∥신재순 (시인/전북작가회의 회원)
어린 시절의 저는 무엇이든 왼손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러면 항상 오른손으로 하라는 지적을 받았지요. 그럼에도 미처 배우지 못한 것은 여전히 왼손으로 합니다. 가끔 생각합니다. 어쩌면 오른손으로 하도록 강요받지 않았다면 배우지 않은 왼손이 훨씬 잘하지 않았을까, 사는 일이 배우지 않아도 잘할 일을 오히려 배워서 그르친 건 없을까, 배운다는 건 무얼까 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배우는 것을 좋아하지만 진정 배워야 할 것을 잘 배우고 싶다는 생각입니다.
신재순 / 2022.09.06 16:58: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