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들 처음엔
이안
대추나무도 처음엔 처음 해 보는 일이라서
꽃도 시원찮고 열매도 볼 게 없었다
암탉도 처음엔 처음 해 보는 일이라서
횃대에도 못 오르고 알도 작게만 낳았다
모두들 처음엔 처음 해 보는 일이라서
조금씩 시원찮고 조금씩 서투르지만
어느새 대추나무는 내 키보다 키가 크고
암탉은 일곱 식구 거느린 힘센 어미닭이 되었다
어느 데인지 참 좋은 델 가나봐(문학동네, 2017)
∥신재순 (시인/전북작가회의 회원)
올해 처음 시작한 일들이 많이 있으시죠? 이제 막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들, 목공이나 달리기를 처음 시작하는 어른들, 모두들 처음이니까 서툴고 기록도 안 나오고 그럴 거예요. 그렇지만 대추나무가 커지고 암탉이 힘센 어미닭이 되는 것처럼 조금씩 익숙해지면 어느덧 성장한 나를 발견하게 되겠죠. 우리 모두 그런 날을 기다리며 꾸준히 달려가 보자구요. 걸으셔도 되고요.
신재순 / 2022.03.14 17:2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