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아팠지
문현식
셋이 앉아서
돌아가며
웃긴 얘기를
하나씩 하기로 했다
나는
친구와 한 자전거로
내리막길 달리다가
자갈밭에 굴러
피투성이가 되었던 일을 말했다
유진이는
계단에서 아래로 날아 떨어져
턱이 퍼렇게 멍들어
수염 난 어른처럼
얼굴이 변했던 적이 있다고 했다
재민이는
교통사고로 입원했는데
그때 다친 발가락이
비가 오는 날이면 간지럽다고 했다
우리는
웃긴 얘기를 하기로 했는데
아팠던 얘기를 하며 웃었다
<동시마중> 2020년 3‧4월호
∥신재순 (시인/전북작가회의 회원)
우리도 그렇겠죠. 곧 코로나가 물러가고 시에서 처럼 웃긴 얘기를 해보자고 했을 때 우리는 전 세계인이 마스크를 쓰고 살아야했던 지금을 말하게 되기도 하겠지요. 비록 지금은 너무 아프지만요.
신재순 / 2020.12.23 16:1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