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길
윤석중
아기가 잠드는 걸 보고 가려고
아빠는 머리맡에 앉아 계시고
아빠가 가시는 걸 보고 자려고
아기는 말똥말똥 잠을 안 자고
*
∥신재순 (시인/전북작가회의 회원)
장면이 그려지시나요? 떠날 수밖에 없는 아빠와 아무 것도 모르는 천진한 아이의 모습이 슬프게, 아프게, 그래도 아름답게 다가옵니다. 사진을 찍듯 한 장면을 묘사했지만 이 한 편의 시 속에는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을까요. 이렇듯 시는 짧지만 동화 한 편, 소설 한 권을 읽은 것 같은 여운을 남기기에 충분하답니다. 오는 가을, 좋아하는 시 한 편 암송하는 거 어떠세요?
신재순 / 2019.10.02 18:2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