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읽는 동시
울아부지
박성우
고추 포대 동여매고 용모리장 가신 아부지, 용모리재 입구까지 나가 목이 빠져라 기다려 보지만 사과도 신발도 사오지 않는 아부지 “사과 장수도 죽고 신발 장수도 죽어서 앙껏도 못 사왔응께 다음 장에 사다 주마” 번번이 내가 사달라는 것 파는 장수만 죽어서 못 사 왔다고 둘러대는 울아부지, 뭐뭐 사 왔냐고 꼬치꼬치 캐물으며 어둑어둑해진 풀길따라 집으로 간다
출처: 불량꽃게<문학동네,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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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순 (시인/전북작가회의 회원)
청소년 자녀를 두었을 어른들은 대부분 이런 기억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자식에게 먹을 것이든 옷가지든 아무 것도 사주지 못하는 안타까운 부모의 심정이 사과 장수도 죽게 하고, 신발 장수도 죽게 했네요. 그래도 아이는 포기하지 않고 아부지가 사 온 것이 무엇인지 자꾸 묻습니다. 제발 한 가지라도 원하는 것이 있기를 바라는 모든 어린 아이의 희망에 무어라도 닿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신재순 / 2019.05.13 15:0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