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인펜 정리하기
안진영
빨간 사인펜에게
민준이가 묻는다
빨강아, 오늘은 무슨 모자 쓰고 싶니? 파랑 모자? 그래,
그럼. 파랑 모자 써, 하며 파란 뚜껑을 씌워 준다
『난 바위 낼게 넌 기운 내』 문학동네. 2019.
∥신재순 (시인/전북작가회의 회원)
그랬을 거예요. 민준이가 정리를 못해서, 하기 싫어서 대충 뚜껑을 덮어 둔 게 아니라 저렇게 물었던 거예요. 어느 날은 빨강이도 파랑 모자를 써보고 싶었을 거라고 생각한 거예요. 그러니 어른의 눈으로 사인펜 정리 잘 못했다고 다그치기부터 했다면 한번 에둘러 물어 볼 일이지요. 그러면 우리 아이는 또 뭐라고 대답할까요?
신재순 / 2023.09.21 15:1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