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덩굴의 식사량
송현섭
다섯 개의 창문을 싹싹 핥아 먹고요.
열 개의 둥근 문고리를 오도독 씹어 먹고요.
나무에 올라 나무를 통째로 말아 먹고요.
아, 갈증 나! 마당의 우물을 돌돌 감고요.
바퀴 없는 자전거를 꿀꺽 삼켜요.
<내 심장은 작은 북>.창비
∥신재순 (시인/전북작가회의 회원)
주택 벽면을 타고 오르는 담쟁이덩굴을 보았다면, 나무를 휘어감으며 저 꼭대기까지 따라잡는 담쟁이덩굴을 기억한다면, 어디든 타고 오르는 여름 날의 찬란한 담쟁이덩굴을 아신다면 이 시를 읽으며 웃음 지으실 거예요. 정말 감당 못할 식사량이지요?
신재순 / 2023.05.25 10:47: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