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을 세워 봐
박은경
책갈피를 넘기다 손가락을 베었다
종이도 날을 세우면
서슬 퍼런 칼이다
무뎌지는 건 무너지는 거다
맞서서 날을 세우는 게
나를 세우는 거다
웹진 <비유>2022년 7월호
∥신재순 (시인/전북작가회의 회원)
위정자들은 어쩌면 종이처럼 부드러운 시민들, 사사건건 침묵하는 사람들을 미덕인양 좋아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종이 같은 소시민들도 날을 세우면 서슬 퍼런 칼이 될 수 있음을 언제나 간과해서는 안 되겠지요. 맞서서 날을 세우는 게 우리 자신을 세우는 것임을 기억하는 한, 함부로 그들만이 살기 좋은 세상으로 나아가지 않겠지요. 동시를 읽지만 그 어떤 실천의 책보다 나를 세우게 되는 시입니다.
신재순 / 2023.03.16 16: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