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이 소멸될 위기라는 소식은 이제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나마 사정이 나은 도심권을 벗어나 시골 구석으로 들어가 보면 지방 소멸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회현면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군산을 베게삼아 살고 있는 필자는 물론이거니와 지역에 뿌리를 내린 시골사람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가을걷이가 끝난 삭막한 겨울이 촌놈들에겐 견디기 힘든 계절이다.
지방 소멸과 함께 우리를 우울하게 만드는 건 ‘지방대학 위기’라는 말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입학 정원을 채우기 어려울뿐더러 휴학하거나 자퇴 등으로 재학생 충원율 또한 맞추기가 어렵다는 소식이다. 정원을 못채우고 재학생들이 부족하면 대학 평가가 나쁠건 뻔하다.
필자는 나름 대학에 대한 애정이 있다고 생각해왔다. 학위를 마치기 위하여 사업을 하면서 나름 열심히 자료를 모으고 공부했다. 이런 재학생과 졸업생, 그리고 지역사회에 군산대는 어떤 신호를 보냈는가.
최근 들려오는 군산대의 여러가지 소식들은 우리를 불편하게 한다. 지방국립대 중에서 유일하게 대학능력평가에서 탈락한 게 엊그제이다. 당시에 책임을 지고 곽병선 총장이 사퇴했다. 책임지는 자세가 좋게 보일지 몰라도 한쪽에선 이 또한 책임회피 아니냐는 소리가 나왔다.
오늘 군산대를 좌지우지 해왔던 교수 사회는 그날의 아픔을 어떻게 삭이고, 어떻게 ‘또 다른 내일’을 준비하고 있을까.
머지않아 닥칠 지방 소멸 위기는 가뜩이나 부족한 대학 진학 학령 인구의 감소를 불러올 것이며, 이는 지방 대학 소멸이라는 결과로 이어지리라고 본다.
최근 군산대가 새로운 총장을 선출하려고 벌이는 몇가지 일들을 보면 ‘대학역량평가 탈락’의 위기를 극복할 적임자를 뽑자고 하는 것인지 그들만의 리그를 벌이자는 것인지 고개가 갸웃거려졌다.
군산대 민주적 발전을 위한 공동대책위가 낮은 구성원 투표 반영 비율을 문제 삼아 지난 3일 법원에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교육법 개정으로 학교 구성원들인 교수, 교직원, 학생들의 참여가 제도화 되었지만 시행 전의 선거라는 이유로 교수 사회가 그들에게만 유리한 룰을 적용했다는 것이다.
지난 총장선거 당시에도 총추위 구성에 이의를 제기했고 출마했던 모든 총장 후보자들이 동의하여 이런 문제를 정리하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또 다시 ‘눈 가리고 아옹’한다는 주장이며 21일의 선거가 이뤄진다해도 소송을 통하여 이를 바로잡겠다고 벼르고 있다.
국립대학 교수 사회의 철밥통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가다가는 지방대학 위기를 넘어 소멸로 가는 지름길이 될 가능성이 높다.
대학의 위기 극복에 대해 한 목소리가 나와야 할 오늘, 자기들만의 리그를 벌이고 자기들만의 기득권을 지키려고 하는 이런 행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학생들과 졸업생, 그리고 지역 사회의 존경을 바라거든 교수들 스스로 쇄신하라.
위기에 닥친 군산대를 다시 바로 세우겠다고 후보들마다 출사표를 던진 마당이다. 그런데 평가 탈락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던 핵심 보직자가 후보로 등록했다니 기가찰노릇이다.
모두 훌륭하시지만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총장을 하겠다는 것인지 스스로 묻고, 돌아보고, 답을 찾기를 바란다.
박승일
본지 회장
박승일 / 2021.12.15 09:4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