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에서 조그만 목욕탕을 하는 중학교 동창 친구가 있다.
요즘 같이 군산의 경기가 좋지 않은 때에 자신은 운영 비용을 절감해서 목욕요금을 다만 몇 백 원이라도 내려서 고객들의 부담을 줄여주면서 자신의 영업장 수지를 맞추고 있다고 자랑했다.
한 때 중국을 오가며 무역업을 하는 이 친구가 인생 2모작을 시작하면서 비록 몇 백원의 가치에 매달리는 것을 보면서 여러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한 사람에게는 몇 백 원이지만 그날 목욕탕을 온 고객들이 모두 모이면 정부가 제시한 최저임금을 채우는 직원 한 명 인건비가 나오니 우습게 볼 몇 백 원이 아니다.
그런데 그가 요즘 ‘군산사랑상품권’이 발행되면서 오히려 영업에 손해를 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평소 현금이나 카드를 사용하던 고객들이 ‘군산사랑상품권’을 들고 오면서 상품권을 모아서 은행으로 바꾸러가는 불편은 물론 매출이 다 노출되는 바람에 세금만 더 내게 생겼다”는 것이다.
상품권보다는 오히려 카드수수료를 부담하는 게 낫다고 푸념한다. 상품권을 10% 할인해서 구입한다고 해서 안 오던 손님들이 몰려오는 것도 아니고, 항상 그 손님이 그 손님인 데 상품권을 들고 오니 결국에는 자신에게는 손해라는 주장이었다.
또 “시민들의 상품권 구입 할인비용이 결국은 국민의 세금이요, 시민의 세금이니 제 살 깍아 먹는 응급처방에만 매달리는 지자체의 태도가 매우 못마땅하다”고 지적했다.
이 친구는 전문여론조사기관인 ‘한국갤럽’에 군산사랑상품권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90% 이상이 군산사랑상품권을 인지하고 있으며 응답자 73%가 시민의 가계와 지역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응답했다”는 말을 듣고서는 “어려운 때에 쓸 데 없이 돈을 들여 그런 조사를 한다”며 그런 돈을 낭비하는 군산시의 행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군산시에서 군산사랑상품권 활성화를 위해 8,400여 가맹점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한 결과 적게는 10% 이내에서 많게는 50%이상 매출이 상승했다는 점포가 66.5%에 달하는 등 지역경제에 어느정도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결국 상품권 구입 할인비용 및 사용금액에 따른 상품권 지급이 자신이 낸 세금이거나 앞으로 낼 세금이라고 생각하면 ‘윗돌 빼서 아랫돌 괴고,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식 땜빵에 불과하고, 오히려 중장기적으로 손해라는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이들도 상당수 있다는 게 또한 현실이다.
겉모양 좋다고 다 맛있는 건 아니다. 군산사랑상품권이 지역 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측면도 있겠지만 그로인해 피해를 보는 분들이 없는지 섬세하게 살펴보아야 할 때이다. / 허종진 기자
허종진 / 2019.01.10 10:4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