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장애인종합복지관 10인방, 길 위에 서다
아이들 하교 시간 맞춰 ‘2인 1조’ 교통정리
도움만 받는 것이 아닌 ‘사회의 일원’으로
6월 7일 오후 2시 경 군산산북초 정문.
변덕스러운 장마가 한 차례 지나가서인지 후끈한 더위가 가득한 아스팔트 길거리에 노랑색 조끼를 갖춰 입은 고기권(51), 박명준(39)씨가 학교 앞 횡단보도에서 교통정리를 실시했다.
기권 씨와 명준 씨는 아이들의 안전 하교를 위해 “얘들아! 얼른 건너!” 라면서 주위를 두루두루 살폈다.
몇몇 아이들은 반갑게 “감사합니다” 하며 화답했고, 다른 아이들은 쑥스러운 듯 지나쳤다. 하지만 인사를 받아주지 않는다고 상처받지 않는다. 먼저 다가가고, 소통하는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다.
“장애인이 사회적 약자로서 도움만 받는 것이 아닌, 사회의 한 일원으로서 당당히 살아가기 위해 지난 2021년 3월 산북초와 연계해 교통안내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군산장애인종합복지관(관장 이명재)이 실시하는 ‘사회적역할찾기’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하교 귀가는 10명의 장애인 교통봉사자들이 참여한다.
사업을 맡고 있는 문승훈 사회복지사는 2017년 다녀 온 호주 연수에서 장애인들이 비장애인들처럼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활동을 어떻게 할 지 구상하다가 2018년부터 역할찾기 프로그램을 통해 복지관 안에서 우편물 나누기, 쓰레기통 청소 등을 했다. 올해부터는 복지관이라는 공간을 넘어 지역사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했다.
“산북초에 ‘교통안내를 하고 싶다’고 건의했더니 학교 측에서도 좋다고 하셔서 저학년(1~3학년) 하교 시간을 안내받고, 시간에 맞춰 하교봉사를 실시해요. 산북초 정문과 하나리움아파트 사이에서 2인 1조로 월~금요일까지 진행하죠.”
봉사는 주로 저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다. 신학기부터 시작했기 때문에 아이들과 교감을 두둑히 쌓은 봉사자들은 누구보다 진심을 다해 활동에 임한다. 자녀 셋을 둔 여성 봉사자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자식들이 생각나서 더욱 열심히 하게 된다”고 뿌듯해 했다.
교통봉사자 박태두 씨는 “우리가 아이들의 안전을 지킬 수 있어서 기쁘다”며 “실수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승훈 사회복지사는 “봉사를 시작하길 잘 했다고 생각한다”며 “봉사자들을 마주쳤을 때 격려의 말씀 한 마디씩 해 주신다면 더욱 힘이 나서 신나게 활동에 임할 것 같다”며 시민들에게 응원을 부탁했다.
복지관을 넘어 지역사회로 한 발짝 나온 교통봉사자들의 용기 있는 행보에 박수를 보낸다.
김혜진 / 2021.06.09 14:2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