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만든 쿠키 앞에서
장애인공동생활가정 해바라기, ‘오늘은 내가 요리사’
요리에 서툰 성인 남성 지적장애인 대상 프로그램
직접 구운 머핀·마들렌 소규모 거주시설에 전달
‘나눔’. 누구나 일상 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나눔을 실천하기 위해선 무엇을 어떻게 나눠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과 진심어린 마음이 필요하다. 마른 땅에 씨앗을 심고, 물을 줘서 한 송이의 꽃을 피우는 일처럼 ‘나눔’ 역시 부단한 노력과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코로나19로 어려운 일상 속에서 소소한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이들이 삭막한 사회에 온기를 불어넣고 있다. 장애인공동생활가정 해바라기(시설장 박범규)의 성인 남성 지적 장애인들이 그 주인공이다.
세상으로 한 발짝 나아가기 위한 이들이 요리를 배우고, 직접 만든 음식을 이웃들에게 나누어 줌으로서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기적을 보여 주고 있다.
해바라기 성인 지적장애인들과 또바기 가족 봉사단은 틈틈이 요리 수업을 통해 머핀과 마들렌을 만들어 군산의 또다른 소규모 거주시설 ‘해바라기’에 나눔을 실천했다.
요리 수업은 전북 사회복지 공동모금회에서 후원하는 2020년 성인 지적장애인들의 자립역량강화를 위한 요리수업 ‘오늘은 내가 요리사’의 일환으로, 지난 6월부터 문화동 신선생요리학원에서 진행했다.
이 사업은 먹을 것을 직접 만들며 자신감을 높여주고 자립을 위한 취지이다. 코로나19의 유행으로 인해 다소 늦은 출발이었지만 매주 화요일 꾸준히 연습하고 있다.
“성인 남성 지적장애인들은 여성 지적장애인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요리에 약하고, 거부감이 심합니다. 이들을 대상으로 매주 화요일마다 국, 반찬, 간식 등 쉽게 만들 수 있는 요리들을 배우고 있어요. 요리는 일상 생활에서 가장 필요하기 때문이죠.”
맛있게 드시고 힘 내세요
외부 프로그램이 제약받고, 경제가 어려워지며 사람 사이 교류가 줄어든 요즘, 이들은 또바기 가족봉사단과 함께 직접 만든 머핀과 마들렌(과자의 종류)을 이웃들에게 전달하며 나눔을 실천한다.
제과, 제빵 작업은 해바라기 이용자들이 소화하기에 어려움이 있어서 자원봉사를 섭외해 함께 하고 있다.
“요리수업을 통해 만들어진 음식들을 동명의 시설인 해바라기(여성 전용 사회복지시설)에 전달하고 있어요. 우리가 만든 요리가 정말 맛있고 훌륭하다면서 음식들을 나눠 주고 싶다는 이용자분의 의견에 선생님이 같은 이름의 거주시설을 찾게 됐어요. ‘해바라기가 해바라기를 응원합니다’ 라며 응원의 메시지도 보냈고요.”
빵과 마들렌을 받은 주민들은 “맛있는 음식을 직접 만들어 전달해 주고, 응원해 주니 힘이 절로 난다”며 “모두가 힘든 시간이지만 잘 이겨 나가자는 메시지까지 같이 받으니 기분이 좋다”고 했다.
박범규 해바라기 시설장은 “해바라기 이용자들이 요리에 도전하고, 이 세상과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나눔을 시작했다”며 “삭막해진 요즘, 함께하고 나누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음을 해바라기의 작은 발걸음이 모범적인 나눔 사례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고 말했다.
김혜진 / 2020.10.22 15:2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