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은 첫 시집에서 자신조차 겪어보지 못했던 시(詩)의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곤 한다.
앞만 보고 달려왔던 작품들이 퇴고 과정을 거치면서 새로운 이미지로 변신하기도 하고, 자신이 의도했던 이미지가 몇몇 단어를 고치자 다른 이미지로 바뀌는 놀라운 과정을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시인의 첫 작품집은 미완성이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김충래 시인의 작품은 우선 잘 읽힌다는 장점이 있다. 첫 발을 내디딘 시인에게는 흔치 않은 칭찬이다.
그러나 경계할 점도 있다. 일상적인 것이 자칫 통상적, 혹은 통속적인 것으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상적인 삶 속에서 시를 찾고 시어를 건져내는 과정은 시인으로서 당연히 짊어지고 가야 할 길이다.
어렵고 힘든 과정을 거쳐야만 결과물을 얻을 수 있으며, 그 길은 지난하지만 기꺼이 가야 하는 길이기도 하다.
김충래 시인은 그런 의미에서 매우 바람직한 과정을 걸어가고 있다. 다만 서사가 담보되지 않은 채 일상만 나른하게 늘어져 있는 작품은 경계해야 할 지점이다.
보도블록이 들썩이고
플라타너스 잎이 경쾌하게 춤추며
벌 뒤꿈치 들린 그녀 가까워진다
(「물거품」 중에서)
밤낮없는 불협화음
혁명을 하자는 것인가
듣는 귀가 있다면 타협하자
(「이명」 중에서)
산다는 빚은
밥처럼 세월을 삼키며 늙어 가는 것
잠시 머무는 젓무덤
고봉밥 같은 흙무덤
(「숟가락의 작은 허무」 중에서)
잘 읽히지만, 뭔가 부족하다. 시적 의미가 무엇인지 곱씹게 만드는 지점이라고 본다.
물론 이보다 훨씬 많은 장점도 지니고 있다. 첫 시집 발간은 축하받아 마땅하지만, 혹시라도 앞만 보고 달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를 덧붙인다.
군산에서 꾸준히 창작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김충래 시인은 2022년 「미네르바」를 통해 등단했으며, 현재 군산문협 시분과위원장과 군산시인포럼 사무국장으로 활동하며 지역 문학 발전에 힘쓰고 있다.
평자들은 “일상 속의 고통과 허무를 사색과 통찰로 풀어내며,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독창적 시세계를 보여준다.”라고 이번 시집을 평하고 있다.
문효치 시인은 “김충래 시인은 자전거를 타고 세상을 누비며 자연과 삶의 모습을 섭렵하는 동시에 내면 깊이 들어간다. 그의 사색은 환상과 현실을 넘나들며 시를 더욱 품격 있는 예술로 승화시킨다.”라고 말했다.
박용진 문학평론가는 “이번 시집은 시인의 높은 인지 능력과 통찰을 보여준다. 불가피한 삶의 고통을 시적 미학으로 풀어내며, 독자에게 또 다른 차원의 풍요로움을 제시한다.”라고 평했다.
김충래 시인이 첫 시집에서 보여준 ‘일상으로의 초대’와 같은 이미지의 세계를 앞으로도 계속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이에 더하여 언어가 춤추는 이미지의 세계, ‘나’에 대한 근원적 탐구가 이어지길 바란다.
김 시인이 투박한 일상에서 빚어진 삶을 담아내고, 보다 섬세하게 갈고닦은 두 번째 시집을 발간했다는 소식을 전해주길 기대한다. /채명룡 기자
새군산신문 / 2025.09.10 10:4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