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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산야행에 묻는다

    채명룡

    • 2018.08.13 16:53:36

    군산야행에 묻는다

    가뜩이나 어려워진 군산사람들에게 밤길의 즐거움을 주려는 군산야행의 기획 의도는 매우 신선하다. 군산근대역사지구가 스쳐가는 곳이 아니라 머물고 가는 관광지로 제대로 자리 잡으려면 밤에 즐길 수 있는 꺼리가 있어야 한다는 당위성에 따른 축제이다.

    지난 첫 야행 때에 기존 시설들을 철거하지 않고 다음 해에 다시 사용한다는 계획은 매우 바람직했으며, 예산 절감은 물론 해마다 치르는 축제의 노하우가 그대로 쌓여지리라는 기대감이 높았다. 올해 야행은 811일과 12일 그리고 10월 초로 잡았다고 한다.

    축제는 사람구경이 가장 큰 볼거리이며, 그 나머지는 어떤 특색이 있느냐이다. 군산야행은 그런 의미에서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행사 시작부터 거리에 내놓은 시설물에 조명이 켜지지 않는 등 준비 부족을 드러냈다. 가짓수는 많은데 쉽게 젓가락이 가지 않는 밥상을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 아닌지 모르겠다.

    여름 방학을 이용하여 자녀들과 가족 여행 온 근대역사 관광객들을 겨냥한 밤문화로 보기에는 레퍼토리가 썩 어울리지 않았다. 아예 구역별로 차별화해서 프로그램을 내놓는 게 어떨까.

    대부분의 공연은 어른들이 즐길거리로 되어 있으며, 그나마 어떤 연주단체(혹은 개인)의 조율되지 않은 악기소리, 고품질의 음향시설 아니라면 듣기 싫을 정도로 질러대는 노래 수준 등은 듣기에 민망할 정도였다.

    혹시 군산시민들의 예술적 수준을 너무 낮게 본 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었다.

    프리마켓은 또 어떤가. 본 무대 주변의 경우 봉사 나온 마켓 운영자 출입은 금지시키면서 특정인들은 자유 왕래시키는 바람에 시끄러웠다. 땡볕에 물건을 옮기던 시민들은 이 행사위탁을 맡은 A회사 이름을 대면서 해도 너무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모 청소년 단체가 관광객들의 왕래가 많은 자리에 무더기로 자리를 만들었지만 아홉시도 안 돼 몽땅 철시하는 일도 벌어졌다. 야행 행사 시간을 밤 11시로 공지해 놓은 일이다. 거리에 나온 시민들은 고개를 갸웃했지만 주변의 참여자들은 완판 돼서 빠졌다고 이들을 감쌌다.

    소나기 등 이유가 있겠지만 시간이 정해진 길거리 축제에 참여했으면 최소한 자리는 지켜줘야 예의 아닐까. 관광객과 함께 밤 문화를 만든다는 게 이런 식이라면 이건 아니라고 본다.

    백번 양보해도 억지 춘향이식으로 참여 단체들을 끌고 나와서 이러지 않았는지, 시민참여형 축제를 만든다면서 이게 옳았는지, 축제 전체를 위탁 준 이유가 이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아직 한 번의 기회가 있으니 군산야행’. 이번에는 잘해보자.

     

     

     

    채명룡 / 2018.08.13 16:5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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