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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명룡 기자의 이야기가 있는 소설 '탁류길'- 1

    채명룡

    • 2018.06.25 22:41:47

    채명룡 기자의  이야기가 있는 소설 '탁류길'- 1

     

    <째보선창, 그 아련했던 기억을 찾아서>

     

     

    그날의 선창은 늘 분주했다. 생선을 내리고 경매를 불렀던 금암동 동부어판장의 새벽. 그 새벽의 찬란했던 비늘의 향연은 어제의 기억으로 남아 선창 길을 떠돌고 있었다. 초라하다 못해 애절한 빈 선창을 바라보면서 발끝으로 톡 톡 바닥에 잠든 기억을 찾아본다. 햇볕은 아직도 내려앉지 않았다.

    강가의 아침은 늘 춥다. 하물며 겨울이 깊어가는 1월의 선창은 말해 무얼 하랴. 눈코 시린 건 사람만이 아니다. 건물 외벽, 쓸쓸히 말라 틀어진 샤시 창과 느슨한 계단과 거무틱틱하게 색이 바랜 페인트칠을 보면서 애정결핍의 강도를 잰다.

     

    군산이 낳은 풍자소설가 채만식의 대표작 ‘탁류’가 담담히 그려내고 있는 선창의 풍경 또한 바로 이 곳이다. 근세사가 살짝 비껴 간 이 자리는 긴 세월 동안 동면에 들어갔다.

     

    1920년경 누군가 사진을 찍어 우편엽서로 사용했던 그림엽서 한 장이 전해졌다. 100여년 전이지만 한 폭의 수묵화에 비할 바가 아니다.

     

    막막한 일제강점기에 사진을 찍고 그걸 엽서로 만들어 보낼 정도라면 예사로운 신분은 아니었을 것이다. 강 한쪽 귀퉁이가 움푹 파인 모양을 두고 입술이 째진 것 같대서 ‘째보’라고 불렀다고도 하고, 이 포구에서 객주 집을 했던 힘센 사내의 별명이 ‘째보’였는데 이로 인해 ‘째보’라고 이름 붙였다는 이야기가 전해오는 선창.

    언청이처럼 생겼구나 했던 게 사진으로 보니 확실해졌다. 육지가 양 옆으로 쑥 삐져나오고, 물길이 그 안으로 살짝 말려 들어간 걸 보며 ‘째지긴 째졌네’ 하고 깨닫는다.

     

    사진으로 보는 그 시절, 아련하게 비춰지는 한 어부의 일하는 모습에서부터 멀리 당두리(쌍돛대 배)와 야거리(단돛대 배) 어선들이 선명하다. 바람을 타고 다니던 돛을 내리고 안쪽으로 꺾어 들어간 포구에 닻을 내 채 잔업을 하고 있는 표정이다. 생생했던 그날의 흔적은 사라졌지만 이 포구에는 째보라는 이름이 남아 오늘도 사람의 이야기를 전한다.

    오른쪽으로는 예전 수협 제빙공장과 냉동 창고가 있던 하얀색 건물이 떡 버티고 섰다. 슬쩍 꺾어져 들어가는 어판장 가는 길에 간판 없는 두부집이 문을 여는지 닫는지 여전히 그 모양으로 서 있었다.

     

    일제 강점기 때에는 동빈정 어업판매소가 자리 잡았고, 어업조합이 수산업협동조합으로 바뀐 이후 지어졌던 회색빛 동부어판장 건물이 한가롭다.

    일제 강점기 때에는 동빈정 어업판매소가 자리 잡았고, 어업조합이 수산업협동조합으로 바뀐 이후 지어졌던 회색빛 동부어판장 건물이 한가롭다.

     

    어부들과 상인들의 가쁜 숨소리와 외침들이 검게 물들어 있는 째보 선창 길. 길 위의 인생들이 먼 길 떠나버린 이 곳에는 적막감이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자동차 소리 요란한 큰 길을 등지고 금강 하구를 바라본다.

    긴 머리 휘날리던 항구의 이별 앞에서 우리들의 가슴은 얼마나 애탔던가. 그동안 우린 너무 각을 세워 왔고, 너무 형식적이었으며, 너무 심심했다. 

    (계속)

    채명룡 / 2018.06.25 22:4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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