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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현웅의 카페이야기) 01. 잃어버린 꿈

    이현웅

    • 2020.07.09 14:58:53

    (이현웅의 카페이야기) 01. 잃어버린 꿈

    01. 잃어버린 꿈

     

    현우(3)

     

    차가운 기계가 가슴과, , 다리에 부착될 때, 현우는 낯선 느낌으로 자신도 모르게 움찔거렸다. 현우는 그것들이 마치 자신의 삶을 헤집어 놓을 것 같은 정대표와 한패거리처럼 느꼈다. 심전도 검사가 진행되는 동안 들려오는 기계 소리는 그의 온 신경을 날카롭게 긁었다. 심장 초음파 검사를 할 때에도 어서 빨리 이 상황을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에만 몰두했다. 지금 이렇게 한가하게 있을 시간이 없다는 생각으로 병원을 빠져나가려 했으나 언제 누가 연락을 했는지 옆에 와있던 후배 수민은 그런 현우를 만류했다. 검사를 제대로 받아야 한다는 이유였다.

    내시경 검사가 이어졌다. 수면 내시경을 권했지만 현우는 거부했다. 그렇게 한가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검사를 하는 3분이 30분처럼 느껴질 만큼 곤혹스러웠다. 다 끝나간다는 간호사의 말을 믿었던 것은 어리석은 일이었다. 내시경 기계는 온 내장을 휘젓고 다니는 것 같았다. 목구멍을 어찌나 자극하던지 현우는 계속 컥컥거리며 침을 질질 흘렸다. 눈에서 흘러나온 눈물은 관자놀이를 타고 흘러 귓속에까지 들어갔다.

    "심장에는 특별히 문제가 없습니다. 약간의 위염이 있긴 하지만 보통 이 정도로는 그렇게 가슴통증이 있지는 않을 테고요."

    젊은 의사는 중얼거리듯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럼 왜 그랬을까요?”

    글쎄요......”

    빌어먹을!

    기계가 뱃속에 들어갔다 나와서인지 병원 문을 나서는데 속이 메슥거렸다. 여름 끝의 무더위가 몹시 불쾌했다. 전화벨이 울렸다. 정대표인가 싶었는데 누나였다. 또 다른 알지 못할 불길함이 가슴을 비집고 들어왔다.

    엄마가 알츠하이머란다.”

    옆에 살면서 구순의 어머니를 보살피느라 지친 탓이었을까. 어머니의 불치병을 알리는 누나의 목소리는 지나칠 만큼 덤덤했다. 현우는 무슨 말인가를 해야겠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아무 말을 하지 못했다. 아무리 아흔살 노모이지만 자신의 어머니에게 치매가 올 것이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까닭에 현우는 충격으로 멍할 뿐이었다. 회사 공금과 함께 사라져버린 정대표와 생애 처음으로 찾아온 극심한 가슴 통증만으로도 감당하기 어려운데 어머니의 치매 소식까지 얹히면서 현우는 주저앉고 싶었다. 극심한 우울감에 온 몸과 마음이 점령당한 것 같았다. 그래도 주저앉을 수 없었다. 얼른 정대표를 만나야 한다는 생각으로 수민이 운전하는 차에 올라탔다.

    정대표에게 전화를 하려고 핸드폰을 열어보니 신과장으로부터 온 부재중 전화가 일곱 번이나 찍혀있었고 하청업체 사람들에게서 온 빨간 색깔의 부재중 전화도 여러 개였다. 바로 그때 카카오톡 알림이 떴다. 정대표였다. 가슴이 떨렸다.

    - 미안하다. 면목이 없다. 이 빚은 죽을 때까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갚으마. 지금 중국으로 간다.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하자.

    숨이 막혀오는 것 같았다. 떨리는 손으로 정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기 속에서는 <스탠 바이 유어 맨 Stand by your man>을 노래하는 카를라 브루니의 목소리만 무심하게 들려올 뿐이었다. "연결이 되지 않아 삐 소리 후....." 전화기 속에서 들려오는 안내 멘트를 듣던 현우는 핸드폰을 던지며 욕을 내뱉었다. 이런 개새끼!!

    현우를 찾는 전화는 계속 걸려왔다. 하청 업체들은 이미 모든 것을 눈치채고 있었다. 정대표가 사라졌으니 서류상 대표로 등록되어있는 이현우 대표가 해결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이실장님이 무슨 잘못이냐며 얼른 정대표가 나타나게 하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두 부류의 말 모두가 현우에게는 어차피 힘겨운 일이고 고통스러운 것이었다.

    또다시 극렬한 가슴 통증이 찾아온 것은 이른 새벽이었다.(현우-)

     

    이현웅 / 2020.07.09 14:5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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