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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현웅의 카페이야기) 봄날은 간다(1)

    이현웅

    • 2020.02.26 10:09:02

    (이현웅의 카페이야기) 봄날은 간다(1)

     

    혹독한 겨울이 가고 봄이 찾아왔지만 카페는 여전히 손님이 없었습니다. 한 명도 오지 않거나 한 두 테이블에 그친 날도 많았습니다. 그 소수의 손님들 중에도 카페 일기장에 기록되는 손님들이 하나둘씩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당장 스피커 바꿔!

     

    그날은 밖에서 일을 보느라 카페 출근이 늦어졌는데 직원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손님이 저를 찾는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처음엔 지인인가 싶어 물었는데 아니었습니다. 찾는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더니 와보면 안다는 손님의 말을 전할 뿐이었습니다.

     

    카페에 들어서자마자 직원은 1번 테이블에서 그 손님이 기다리고 계시다는 말을 전해주었습니다. 손님은 등을 돌린 채 벽 쪽을 향해 앉아있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찾으셨다 들었습니다.”

     

    손님의 앞쪽에 가서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던 저는 약간 놀랐습니다. 손님은 깊이 파인 주름이 얼굴에 가득한 노인이었습니다. 짐작으로 80세는 족히 되어 보였습니다. 노신사 손님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저를 찬찬히 살피더니 물었습니다.

     

    여기 주인장이오?”

     

    거친 쉰 목소리였습니다. 노신사의 키가 6척은 되어 보일 정도로 컸습니다. 몸은 키에 비해 지나칠 만큼 마른 상태였고요. 그래서 그런지 매우 날카롭게 느껴졌습니다. 짧은 물음은 딱딱하다 못해 공격적으로까지 느껴졌고요. 순간적으로 제 마음이 불편해졌습니다.

     

    , 맞습니다…….”

    그런데 주인이 가게를 지켜야지 뭐하고 다니는 거요?”

     

    나무라듯 목청을 높이는 통에 저는 당황했습니다.

     

    , 그게오늘 제가…….”

    다른 말 말고 이거나 틀어줘 봐!”

     

    더듬거리는 말로 변명을 하기도 전에 신청 메모지를 불쑥 내미셨습니다. 아예 반말이시더군요. 하지만 이유나 상황이 어찌 됐든 음악을 들으러 온 손님이기에 신청곡을 들려주는 것이 최우선의 일이었습니다. 마음을 진정시키며 자세히 살펴본 메모지에는 페리 코모(Perry Como)<그링고스 기타(Gringo’s Guitar)가 적혀 있었습니다.

    페리 코모의 매력적인 저음의 목소리와 애니타 커 쿼태트(Anita Kerr Quartat)의 코러스가 어우러진 노래가 애잔하게 가슴을 울렸습니다. 괴팍한 느낌의 노신사와 감미로운 음악의 부조화였습니다.

     

    노래가 흐르는 동안 음악실 옆면 유리창을 통해 노신사를 훔쳐보았습니다. 노신사는 벽면을 물끄러미 바라보시는 듯 보였습니다. 어쩌면 바라본다기보다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허공을 응시하는 모습에 가까웠습니다.

    신청곡이 끝나고 다음 곡이 흐를 때 노신사는 자리에서 일어나 카운터를 향해 걸음을 옮겼습니다. 저는 애써 눈길을 돌려 노신사의 움직임을 모른 척했습니다. 평소대로라면 배웅 인사를 했겠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분이 카페에 다시 오는 것을 기대하고 싶지 않았던 게 솔직한 심정이었습니다.

     

    이현웅 / 2020.02.26 10: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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