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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행인 칼럼) 아름다운 도전

    채명룡 ml7614@naver.com

    • 2020.02.12 11:39:14

    (발행인 칼럼) 아름다운 도전

    한번 해보자 문학살이를 보면서

     

    글을 쓰면서 산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가. 또한 그런 업보를 지었으니 얼마나 불행한 일인가. 다행과 불행을 무시로 겪어야 하는 감당하기 힘든 인생살이, 나는 참 불편한 세상을 살아왔던 셈이다.

    폼 나게 글 쓴다는 꼴이 태산명동서일필이라고 세상 앞에서 쥐꼬리나 잡고 있지나 않았을까. 왠지 뒤통수가 가렵다. 게다가 여태 시원한 글 몇 줄 남기지 못했으니 자책에 자책할 따름이다.

    느닷없이 흰색이 검은색이 되고, 어제의 영웅이 범죄자로 낙인찍히는 혼란의 시대이다. 이런 때는 피하는 게 상책이며, 낙향하여 후일을 도모하는 게 능사이다.

    그럼에도 나는 글이라는 피할 수 없는 흔적을 남기고 살아야 한다. 이건 상식적인 걸로 가늠할 일이 아니며 스스로 불 속으로 뛰어드는 나방과 같다.

    참 답답한 일이지만 이 멍에를 숙명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큰 돌덩이 하나 발목에 붙들어 매고 사는 파리 목숨이다.

    평생 직업이 작가이니 이만하면 따블로 보험 들어 놓았다고 자위하지만 뒤가 허전한건 어쩔 수 없다. 짧고 굵은 것인가, 아니면 길고 가는 것일까.

    인생, 그게 대수일까 마는 풀풀 날아가 버리는 황혼을 잡고 사는 요즘이니 글 앞에서만 서면 작아질 수밖에. 걱정은 눈치도 없이 다가선다.

    그 글이라는 게 요물과 같아서 한번 살을 섞고 나면 떼기가 어려울 터인데, 글 쓰려는 이들을 보면서 다행이라고 해줘야 할 지 불행의 시작이라고 불러주어야 할지 요즘 유행어로 난감하네이다.

    쓸 때는 어렵고 힘들었을지라도 누군가가 읽을 때는 시원시원 거칠 게 없다. 물론 눈꺼풀이 무거워지는 생리 현상은 논외도 치더라도 말이다.

    그런데 그 녀석에게 서푼어치의 사랑이라도 주기가 참 난망하다. 뭔가를 쓰려고 하면 가슴부터가 미어지고, 손은 까딱하기 싫고, 떠오르는 게 꼭 덜떨어진 잡념들이고, 없는 개념에다 졸음으로 번질 게 뻔하니 말이다.

    다가가려고 하면 멀리 도망가 버리고, 안아주려고 마음먹으면 옆구리 사이로 쏙 빠져 나가버린다. 그 공허함이란 어느 여름날에 마음 뺏긴 섬 처녀 같다. 있기나 할지 모르겠지만 보기에 싱그러운 섬 그늘이 그 처녀에게 위안이나 되었을까.

    관객, 혹은 독자는 섬과 같아서 늘 외롭다. 그 외로움에게 다가가려는 시도가 글쓰기이다. 그래서 글은 외로움이다. 설마 소나기라도 맞은 것처럼 되지는 않겠지만.

    고개를 꺾어가며 한 여름 동안 아등바등 했을 글 쓰려는 이들의 빠드득 이가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어쨌든 달아나면 뒤따라오고, 다가서면 멀리 달아나는 게 글이라는 녀석의 심술보라는 건 변할 수 없는 것 같다.

    나름 글 쓴다고 30년을 보냈지만 나는 여전히 글 앞에서 오금이 저리다. 느닷없이 인생 저물녘에 문학 한번 해보자고 뭉친 분들의 무모한 도전을 보면서 한편 놀라웠고, 또 한편 부러웠다. 나에게 언제 그런 열정과 무모함이 있었던가.

    그래, 질리게 한번 해보자며 스물도 전에 잡았던 펜을 나는 지금도 놓지 못하고 있다. 나는 못나서 원고지 위에서 비틀비틀 갈지자로 살터이니. 그래 문학살이여! ‘덤벼’. 바짓가랑이 붙잡고 한번 해보시게.

     

    채명룡 / 2020.02.12 11:3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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