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촌에게 공동으로 사놓은 논을 빼앗기고 난 뒤 ‘현풍 곽씨 전리공파 후손’이라고 자랑스럽게 소개하는 것이 정말 찜찜해졌다는 선배가 있다.
자랑스럽게 생각하던 현풍 곽씨 전리공파는 몇명 안 되는 후손끼리 형제처럼 지냈지만 돈 앞에서는 안면에 철판을 깔았기 때문이다.
이 선배가 공동으로 논을 사게 된 경위는 다음과 같다.
땅 한 평 없이 남의 논 소작을 하면서 어렵게 지내는 형제나 다름없는 사촌이 있었다고 한다. 그냥 넘기지 못해 가끔 자녀들 학비도 도와주고 그렇게 저렇게 살던 어느 날 동네 지인의 논 7,000여평이 경매에 넘어가게 된 것을 알고 이 땅을 매입하기로 했다.
평생 남의 농사만 지어주는 사촌도 자기 논을 갖도록 도와주고, 같은 마을논 주인의 금전적인 문제도 해결해주면서 땅에 대한 지분 1/3씩을 나누는 것이 1석3조라는 생각에, 당시 농어촌진흥공사 농지기금을 대출받아서 논을 매입했다고 한다.
이 때 자신의 다른 땅까지 담보로 넣어서 논을 사는데 부족한 돈을 대출받았다. 당시 토지등기는 사촌 앞으로 내고, 대출원금과 이자는 본인, 사촌, 원 땅 주인 등이 1/3씩 해마다 정산해서 냈다고 한다.
이후 20년 가까이 선배는 한 해도 빼지 않고 자신의 지분 1/3에 해당하는 원금과 이자를 정산, 바쁠 때는 사촌을 자신이 근무하는 농협 사무실 등에서 만나 돈을 건네주곤 했다.
그런데 지난해 사촌이 갑자기 몸이 아파 사망한 뒤 제수씨를 찾아가 논 지분에 대하여 정리하자고 말하니 방 벽에 걸려있는 사촌 영정사진을 가르키며 “나는 모르니 저 양반한테 말해라”고 하여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생사를 오가는 사촌을 데리고 면사무소에 가서 등기이전 서류를 발급받기 안쓰러워 차일피일 미뤘던 것이 마침내 화근이 된 것.
지금 이 논은 사촌이 사망한 뒤 조카에게 상속이 되었다.
그래서 조카도 만났다. 이 선배는 꼼꼼한 성격이라 그 동안의 정산서류 한 다발을 들고 가서 몇 시간 동안 설명하자, 조카는 큰 아버지(사망한 사촌의 형)에게 상의한 뒤에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연락이 없자 선배는 조카의 큰아버지, 역시 선배의 사촌을 찾아가 똑같은 내용의 설명을 반복했다.
이 사촌 역시 형제와 같이 지냈는데도 함흥차사였다.
이 선배는 오래 전에 부인도 퇴직하고 두명의 자녀가 미혼인데 한 명은 결혼을 앞두고 있어 돈도 필요한 상황이다. 당연히 돌려받을 줄 알았던 땅(현 시가로 3억원)을 찾지 못하게 되자 어디에 하소연도 못하고 점점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다.
평소 자긍심이 대단했던 현풍 곽씨 전리공파 집안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에 대하여 창피하여 남에게 말도 못하고, 기가 막히고 억울하기도 하고 결국 스트레스로 인해 한 동안 치료도 받았다.
제수씨는 성씨가 다른 남이니까 얼굴에 철판을 깔아도 조카의 큰아버지라는 사촌은 평소 친형제 이상 지낸 사이여서 더욱 실망과 충격이 컸다.
이름 두 자가 똑같은 이 사촌은 옛 옥구군청 임시직으로 근무할 당시 정식직원이 되기 위해 고등학교 졸업증명서가 필요하다고 하여 고민 끝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K상고 졸업증명서를 위조, 군청에 제출하도록 도와주기 까지 했는데...
“은혜를 원수로 갚은 사촌, 현풍 곽씨 전리공파 집안은 이정도 수준인가. 퇴직한 지 10년이 넘지 않았으니까 위조해서 군청에 제출한 고등학교 졸업증명서를 지금이라도 자수하고 고발해서 처벌받고 연금도 못 타게 만들어야 하는가?”하는 깊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한다. / 허종진 기자
허종진 / 2018.08.07 18:1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