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시립합창단을 이끌면서 유쾌 발랄한 음악으로 시민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려고 했던 박지훈 지휘자가 결국 그만뒀다. 능력을 인정받던 지휘자만 희생양이 된 게 아니냐는 소리도 들린다.
지난 21일 고별 공연의 뒷풀이에서 일부 단원들의 눈물이 이어졌지만 다른 한편의 반대파들은 참석조차 하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예술단원들 갈등의 골이 깊어졌음을 반증한다.
지난 해 말 시립예술단에 대한 시의회 차원은 강도 높은 운영 쇄신 요구에 위기감을 느낀 예술단원들의 무더기 노조 가입 과정에서의 서운함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합창단은 지난 해 만 55세였던 합창단원들의 정년 규정을 교향악단과 같이 만 57세로 올려달라는 요청을 했던 터였다.
그러나 ‘시립예술단 설치 및 운영 조례상 복무규정’ 위반 사례와 시립예술단원의 신규채용과정에서 절차가 무시되었다는 특혜 의혹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커졌고 자연스레 정년 연장건은 책상 밑으로 들어갔다.
당시 군산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는 “일부 시립예술단원이 다른 행사 공연에서 수입을 챙기고 청소년 오케스트라 운영과정에서 다수의 단원이 겸직 강사료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시립예술단 채용 과정에서 서류합격자 중 임용예정 인원의 5배수를 선정해 2차 실기시험에 응시해야 되지만 5배수에 들지 않은 지원자를 실기시험을 보게 했으며, 특정인의 측근을 단원으로 채용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군산시립예술단은 70명의 교향악단과 46명의 합창단 등 116명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군산시는 이 예술단에 지난해 기준 급여 53억 원의 급여와 운영비 등 총 57억 원을 지원했다.
단원들은 2008년부터 비상임직에서 상임직으로 전환되면서 8급 공무원에 준하는 임금을 받고 있으며 매년 호봉제로 임금이 인상된다. 고임금 논란도 나왔으며 다른 시군에 맞게 조정하겠다는 의견과 잘못된 운영 관행을 바로잡겠다는 시 집행부의 의견이 제시되었다.
시의회에서 문제를 제기하자 생계 위기를 느껴서인지 예술단원들이 노조에 단체 가입하는 강수를 뒀고, 시의회는 본회의 예산결산 심의에서 지원 예산의 절반을 삭감해버렸다.
복무규정 위반과 특혜 채용 의혹 등을 바로잡을 것을 요구하는 시의회, 단원들이 노조에 가입하면서 지휘자와 상의하지 않는 사태가 이어졌다.
지난 19일부터 시작된 제7대 군산시의회 마지막 임시회의에서 시 집행부는 17건의 안건을 무더기로 올렸고, 그 중에 시립예술단 설치 및 운영조례 개정안이 있었지만 유일하게 보류 안건으로 처리되었다.
내용은 “5조 2항(단원의 위촉 연령)을 현행 교향악단 만 57세, 합창단 만 55세, 사무직 만 57세를 60세 까지로 한다.”였다.
군산시 시립예술단 설치 및 운영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 이 가결되면 정년 연장에 따른 비용이 수반되는데, 해당과에서는 예상되는 비용이 연평균 1억원 미만이라서 첨부하지 않는다고 미첨부 사유서를 냈다. 새로 구성될 시의회에서 현미경을 들이대리라고 본다.
유쾌하게 음악회를 이끌려고 했던 박지훈의 빈자리는 당분간 객원지휘자로 메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음악으로 시민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려 했던 그의 빈자리는 당분간 크게 남을 것 같다./채명룡 기자
(본 기사의 인터넷판 기사 사진은 사진을 올리는 과정에서 담당자의 착오로 박지훈 지휘자의 사진이 아닌 다른 단원들과 함께한 사진이 올라갔기에 바로잡습니다)
채명룡 / 2018.06.25 17:25: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