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작문화공간 여인숙 레지던시 결과 작품
- 11월 10일부터 25일까지 여인숙에서 전시
낯선 작가들의 눈에 비친 군산의 이미지는 어떨까. 2018년 창작문화공간여인숙 레지던시 사업으로 3개월 동안 이 지역에 머문 작가들이 자신들만의 독특한 작품을 내놓고 시민들과 만나고 있다.
‘설탕 한 조각이 녹는 시간(Le temps où un morceau de sucre fond)’을 주제로 한 이번 전시회에는 김선좌, 박세연, 이준옥 등 3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군산다운 것’에 대하여 애정의 눈길을 던져준 김선좌 작가는 “무지개 식당 옆에 놓여있는 오래된 화분 위아래로 금이 가 있었는데, 그 사이를 누군가가 초록색 철근으로 하나하나 정성껏 꿰매 놓았다. 그 기표들은 내게 있어, 마치 길을 잃은 듯 정처 없이 부유하는 유령들 같다. 그 으스스한 것들과 해질 무렵 벽돌길 담벼락에 마주 앉아, 말 없는 담소를 나누고 싶다.” 고 정취를 말했다.
모양새가 마치 ‘卜”’같기도 하고, DNA 염색체 같기도 하고, 혹은 그사이의 무언가 같기도 한 그의 작품은 익숙한 것들에게서 나와 여러 가지 의미의 관계를 생각하게 해준다.
같은 공간에 전시하고 있는 박세연 작가는 여러 가지 흔적들을 상징적으로 던져놓은 작품으로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고 있다.
박세연 작가는 “군산에는 다양한 공간과 여러 시대가 공존한다. 조금씩 수리해온 건물과 신축건물. 고층 아파트와 흔한 가게. 폐업한 것 같은 영업 중인 가게. 이전 상호가 슬쩍 보이는 간판. 예전의 흔적과 새로움이 공존하는 오랜 시간이 겹쳐져 있다.”고 이미지를 설명했다.
전시된 작품은 조금씩 고쳐나간, 하나씩 쌓아 올린 전혀 다른 형태가 공존하는 오랜 시간 위에 하루하루를 더 쌓아본 결과물이다.
밤의 전령사처럼 은근한 마력의 작품을 내놓은 이준옥 작가는 “어느 땐 섬뜩하면서도 어둠이 안겨주는 아늑함에 젖어들기도 하는 월명산길을 걸으면서 느낀 서늘한 밤의 빛으로 군산의 이미지를 재현한다.”고 했다.
그녀는 어둠의 바탕에 덧칠하는 게 아니라 제 살을 깎아 내듯이 거친 붓 터치로 형태와 이미지를 표현해내는 기법을 사용하면서, 낯선 곳에서의 긴장과 따스함이 교차되는 이미지를 던져주고 있다.
서진옥 큐레이터는 ‘설탕 한 조각이 녹는 시간’ 은 “레지던시를 통해 지역의 소소한 문화를 다양한 시각으로 읽어보고 군산의 역사 그리고 사회문화적 의미가 있는 이미지를 통해 지역문화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다양한 담론을 이끌어내고자 하는 프로그램”이라고 했다.
현실의 다양한 흐름, 시각, 언어들의 혼재 속에서 관찰하며 경험해 온 세계를 작품으로 내놓은 작가들과 시민들의 소통이 기대된다./채명룡 기자
채명룡 / 2018.11.27 22:32:41